‘관세 무풍주’에 외면받던 종목 담아

제21대 대선이 치러진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국정 공백이 메워진 데 더해 새 정부가 증시 활성화 의지를 이어가며 외국인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5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392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4일에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하루 동안 1조 원 넘게 사들이며 외국인 국내 증시 복귀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외국인이 대형주를 집중적으로 담고 있다는 점을 시장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시가총액이 큰 종목에 매수세가 몰리며 지수 상승을 견인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은 2거래일간 SK하이닉스(5852억 원), 삼성전자(4029억 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2321억 원), 두산에너빌리티(1049억 원), 우리금융지주(909억 원), 기아(369억 원) 등을 쇼핑했다.
반도체, 자동차 등 연초 외면받던 업종의 대형주를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이 흘러들어왔다는 데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올해 들어 미국발(發) 관세 국면이 펼쳐지며 방산이나 전력과 같은 필수소비재 등 ‘관세 무풍지대’를 중심으로 투자하던 양상과 대조적이다. 지난달까지 외국인 순매수 상위 2위 자리를 지키던 한국전력은 이달 4일 이후 11위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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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새 정부가 재정 지출 확대를 예고한 대목이 증시에 긍정적 변수로 인식되며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주도로 공급되는 유동성이 증시로 흘러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이재명 정부는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예산 상당 부분을 내수 부양에 동원하겠다고 예고했다.
허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재정 건전성과 별개로 유효 수요 확대 여부는 지수 방향성에 우호적”이라며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득 충격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소득 감소→내수 부진’ 악순환 고리를 일시적으로 끊어내는 데 유효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해 ‘코스피 5000시대’를 열겠다고 밝힌 점도 새 정부 출범 이후 ‘허니문 랠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대통령은 한국 증시 저평가 핵심 요소로 주주에게 기업 이익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하는 법과 제도를 꼽으며 이사의 충실의무 법제화, 집중투표제 도입 등을 아우르는 상법 개정을 공약했다.
정부 방향성에 대해 시장은 전 정부가 추진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과 일정 부분 유사한 지점이 있다고 본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문제의식 측면에서다. 신민섭·우지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법 개정과 밸류업 프로그램은 서로 연관돼 있다”며 “지배구조 개선에 간접 비용이 많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투자자들은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행정부 관세 국면이 완화하며 위험선호 심리가 회복되고 있다는 점,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로 원화 강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 등도 외국인 ‘바이코리아’ 지속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정해창·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 국제무역법원이 트럼프 대통령 관세 조치를 위법이라고 판결한 데 대해 백악관은 항소했고 대법원까지 가서 승소할 수도 있지만, 백악관이 정치적 부담을 안고 강경한 관세 전술로 회귀하기는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