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국내 증시에서 지주사 주가가 일제히 급등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상법 개정안 통과·자사주 강제 소각 등 기업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이 반영된 덕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는 지난 5일 2.89% 하락한 27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일부 조정을 받기는 했지만, 지난달 23일부터 8거래일 연속 오르며 주가가 80.3% 뛰었다. 대통령 선거 다음 날인 4일에는 20.98% 상승하기도 했다. 대선 다음 날 주요 지주사들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CJ(12.19%), SK(10.59%), 두산(11.00%) 등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지주사 강세의 배경에는 신정부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상법 개정 등 증시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자리 잡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기간 상법 개정, 집중투표제 활성화,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같은 정책 변화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와 저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들의 밸류에이션 정상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지주사의 목표주가를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두산의 목표주가를 54만 원에서 64만 원으로, SK를 21만 원에서 23만 원으로, HD현대를 12만 원에서 15만5000원으로, CJ를 15만 원에서 17만2000원으로, 효성을 7만5000원에서 8만2000원으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특히 한화의 경우 방산과 조선업에서의 호실적과 신정부 정책 기대감이 더해지며 목표주가가 기존 6만4000원에서 10만 원으로 무려 56.3%나 상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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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상법 개정안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지주사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지환 연구원은 "그동안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대기업 그룹들이 경영상의 주요 의사결정과정에서 일반주주보다는 대주주의 이익을 우선시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도 "상법 개정안 통과 시 주주가치의 제고와 할인율 축소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증시 활성화를 위해 자사주 소각을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양 연구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자사주를 강제로 소각하도록 강제성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부분도 지주사 주가의 재평가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롯데지주, SK, 두산, HD현대 등은 10% 이상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은 모두 기업 거버넌스 개선과 연결돼 지주사 디스카운트 해소 요인"이라며 "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될 경우 추가 상승 여력도 있다"고 말했다.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그동안 국내 대기업 그룹들이 경영상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일반주주보다는 대주주의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인식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대선 이후 불확실성 해소와 신정부의 정책 기대감도 반영됐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대선 이후 주가가 오른 경우가 많은 것은 정책 기대보다 불확실성 완화가 주가에 우호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대선 이후에도 증시 부양책과 주주 보호 강화 정책이 본격화될 경우 지주사와 금융, 방산, AI 등 관련 업종에 대한 관심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