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의 핵심 정책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실 정책실장에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이 발탁되면서 국내 가상자산 업계에 중요한 변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신임 실장은 공직 생활 동안 가상자산에 대해 일관되게 우호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최근까지 리서치 회사인 해시드오픈리서치에서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의 현실 적용 가능성을 연구했고, 직전에는 스테이블코인 도입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관련 업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 왔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지난 6일 김 전 차관을 정책실장으로 임명하면서 "김 실장은 세계은행 선임 이코노미스트와 기재부 1차관을 역임하며 경제 정책 전반에 높은 이해력과 국제적 감각을 갖고 있다"라며 "특히 코로나19 당시 위기 대응을 담당한 경험을 가진 인사로 이 대통령의 공약 실현과 민생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 집행의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가상자산 업계는 대통령실의 김 실장 임명을 주목하고 있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김 실장은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민간 싱크탱크에서 활동한 독특한 이력을 보유해, 정부의 가상자산 정책이 더욱 현실적이고 전향적인 방향으로 추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그가 특히 가상자산 분야에서 주목을 받게 된 결정적 계기는 2018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재직했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국내 모든 가상자산 거래소의 전면 폐쇄 방침을 공개적으로 천명했을 때, 당시 김 부위원장은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거래계좌 실명확인제도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는 한국 가상자산 시장이 변곡점을 맞이하는 동시에 제도적 기반을 체계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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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기획재정부 1차관직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김 실장은 2022년부터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직을 맡아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정책 연구 분야에 전력을 기울여왔다. 해시드오픈리서치는 국제적 블록체인 투자 전문기업인 해시드의 산하 조직으로, 2023년 8월 공식 출범한 전문 연구 기관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연구에 집중하며, 올해 3월에는 '스테이블코인 필요성과 법제화 제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김 실장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전략적 중요성을 직접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해시드오픈리서치가 개최한 '디지털 G2를 위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설계도' 세미나에서 김 실장은 "제도화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조속히 도입하고 구조를 직접 설계함으로써 주권을 지켜야 한다"라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라는 프레임을 잘 설계하면 디지털 질서를 수출하는 디지털 G2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대한민국을 디지털 자산 허브로 만들겠다'라는 공약을 내세우며 가상자산 산업 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주요 공약에는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허용,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토큰증권(STO) 법제화, 거래 수수료 인하,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 설치 등이 포함돼 있다. 김 실장의 임명으로 정책 실현이 가속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