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11일 코스닥시장 상장을 앞둔 액체생검 및 임상 유전체 전문기업 GC지놈은 일반청약 경쟁률 484.1대 1, 국내외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경쟁률 547.47대 1을 기록했다. 공모가도 희망 범위 상단인 1만500원으로 확정됐다.
인체 장기 유사체인 오가노이드를 연구하는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면역항암제를 개발하는 이뮨온시아, 메디컬 에스테틱 기업 바이오비쥬,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기업 인투셀 등 앞서 상장한 기업들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며 흥행을 이어왔다. 국내 증시를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바이오기업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단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상장한 바이오기업들에게 밝은 미래만 약속된 것은 아니다. 특히 기술력 하나만 믿고 증시에 입성한 기업의 경우 가시적 성과를 증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중 최악의 상황은 상장폐지다.
바이오기업의 상장폐지 사례는 2013년 알앤엘바이오 이후 10년 이상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올해는 셀리버리에 이어 파멥신마저 상장폐지가 결정되면서 12년 만에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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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체치료제 신약을 개발하는 파멥신은 2008년 설립돼 2018년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시장에 이름을 올렸다. 세 차례 도전 끝에 얻은 기회였다.
하지만 이후 성과는 미미했다. 신약후보물질의 기술이전은 진전을 보이지 못했고, 2023년에는 창업주가 최대주주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경영 정상화는 요원했다. 상장 7년 만에 상장폐지가 의결됐고, 파멥신은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해 일단 시간을 벌고 있다.
2014년 설립된 셀리버리는 약물을 체내에 전달하고 세포 내로 수송하는 '약리물질 생체 내 전송기술(TSDT)'의 잠재력을 인증받아 2018년 성장성 특례상장 1호 기업으로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셀리버리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열풍에 동참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1월에는 시가총액 3조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셀리버리 역시 상장폐지가 결정된 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하지만 법원이 올해 2월 이를 기각하면서 결국 코스닥시장에서 사라졌다.
일각에서는 상장폐지 잔혹사가 2개 기업에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당분간 지속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특례상장 바이오기업 중 실적을 내는 곳이 소수인 만큼, 바이오 붐을 타고 너도나도 상장했던 기업들이 줄줄이 고꾸라지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단 지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앱클론, 피씨엘, 브릿지바이오, 에스씨엠생명과학, 카이노스메드, EDGC 등이 관리종목에 지정된 상태다. 이 가운데 피씨엘과 EDGC는 거래정지 중이며 브릿지바이오와 SCM생명과학은 동전주로 전락했다. 한때 신약 개발 기대감이나 코로나19 진단사업 등으로 열기가 뜨거웠던 기업들이다.
결국 상장은 출발점일 뿐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했더라도, 성과와 신뢰를 입증하지 못하면 시장은 냉정하게 반응한다. 바이오 투자 시장은 더 이상 꿈과 희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실체가 있는 데이터, 임상 진전, 책임 경영이 필요하다. K바이오의 진정한 가치는 상장이 아니라 상장 후 무엇을 증명했는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