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효자' 과거 까마득…깊어지는 석화·철강 위기 [무너진 산단, 위기의 도시 上]

입력 2025-06-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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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06-10 17:08)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의 거센 공세 속에 한국 산업의 심장이 멈춰가고 있다. 철강, 석유화학 등 전통 제조업을 토대로 성장해온 도시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생산설비는 멈췄고, 협력업체는 줄도산 위기에 내몰렸다. 사람은 떠나고, 지역 상권은 불 꺼진 채 침묵을 이어간다. 산업의 쇠락은 곧 도시의 공동화로 이어진다. 하지만 모든 것이 무너진 것은 아니다. 위기의 잔해 속에서도 새로운 움직임이 움트고 있다. 수소, 이차전지 등 미래 산업이 폐허 위에 다시 산업 생태계를 세우기 위한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산업도시의 붕괴와 재편, 그 최전선에서 위기를 견디는 사람들. 다시 일어설 길을 모색하는 기업과 도시를 조명한다.

▲LG화학 여수 NCC 공장 전경 (사진제공=LG화학)
▲LG화학 여수 NCC 공장 전경 (사진제공=LG화학)

과거 ‘수출 효자’로 불리며 한국 경제를 견인하던 석유화학과 철강 산업이 복합 위기에 직면했다. 수익성 악화와 수출 부진 속에 기업들은 생산라인을 멈추며 생존 모드에 돌입했고 구조조정 없이는 장기 침체를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나프타분해설비(NCC) 업체들의 가동률은 2021년 86%에서 지난해 77%로 떨어졌다. NCC는 나프타를 고온에서 열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공정이다.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값)는 2022년 이후 줄곧 손익분기점을 밑돌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수십 년간 중국 수요에 의존해 성장해 왔다. 그러나 중국이 자급률 100% 달성을 목표로 대규모 증설에 나서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전체 수출의 40%가량을 중국에 기대온 국내 석유화학 산업에겐 치명적인 악재다. 업계에선 “2030년에는 공급량이 수요의 1.3배에 이를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NCC 공정의 원가 경쟁력도 한계에 도달했다. 유가 상승기 NCC는 천연가스 기반 에탄분해설비(ECC)보다 t(톤)당 최대 800달러 비싼 원가 구조를 지니는 데다 최근에는 산유국들이 원유에서 직접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COTC(Crude Oil to Chemical)’ 공정 개발에 속속 나서며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경쟁 기반이 약화하는 상황이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철강업계도 사면초가다. 내수 시장에서는 중국의 ‘밀어내기식 저가 수출’이 공급 과잉을 심화시키고 있고, 전방 산업인 건설경기 부진도 장기화하는 추세다.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조강(쇳물) 생산량은 6350만t으로, 전년 대비 4.7% 감소했다. 이는 전 세계 주요국 중 러시아 다음으로 큰 감소 폭이다.

수출 환경도 녹록지 않다.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 여파로 한국산 철강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면서다. 산업통상자원부 집계 기준 1~5월 철강 수출은 매달 두 자릿수 감소율을 이어갔다. 특히 3월에는 전년 대비 10.8% 감소했고, 5월에는 12.4%까지 줄어들었다.

기업들은 가동률을 낮추며 생존 모드에 돌입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포항 1제강·1선재공장을 폐쇄했고 현대제철은 인천 철근 생산라인을 한 달간 멈췄다. 동국제강도 다음 달부터 인천 철근공장을 25일간 일시 중단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며 “생산 정상화 시점을 누구도 예단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복합 위기 극복을 위해선 산업 구조적 전환과 함께 보다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특정 석유화학단지에 중복으로 진출한 업체들의 공장을 유사 제품군별로 전략적 설비교환 또는 인수합병(M&A)하는 설비 통폐합이 필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유휴설비 비중을 낮추고, 국내 업체 간의 소모적 경쟁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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