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내주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한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 대통령이 참석을 확정할 경우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새정부 첫 한미 정상회담이 성사되고, 관세협상 등 미뤄졌던 민감 현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 여부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이어 현재 가장 빠른 다자 외교 공간은 이달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최되는 나토 정상회의가 꼽힌다.
앞서 한미 정상회담이 무산된 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가장 빠른 계기를 찾아 (한미 정상회담을) 주선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이 대통령이 취임 12일 만에 외교 무대에 서는 강행군에 나선 데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도 영향이 있었던 만큼 나토 회의 참석이 힘을 받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이 성사되면 관세 협상과 방위비 협상, 주한미군 감축, 북한 문제 등 한미를 둘러싼 현안 논의에 물꼬가 트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앞서 대통령실 관계자가 캐나다 캘거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양측 간 관세 문제에 관한 실무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힌 만큼 두 정상의 논의가 실무 협의의 추동력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오는 22일에는 지난 12일 취임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첫 한-미 고위급 통상 협의에 나선다. 여 본부장 취임 후 첫 장관급 회담이다.
나토는 군사 동맹으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북미 국가 32개 회원국이 모인다. 이 자리를 계기로 유럽 정상들과의 양자회담과 한미 정상회담까지 이뤄진다면 한국의 정상외교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무대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회담 자체가 또다시 불발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자주의에 워낙 회의적인 만큼 또다시 조기 퇴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나토 정상회의에선 장시간 회의를 싫어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귀국하는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 정상 간 회의를 기존 3번이 아닌 단 한 차례 진행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에선 만약 G7과 같은 회담 불발이 또다시 반복될 경우 이 대통령이 직접 미국을 찾아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기간은 다음달 8일이다. 한미 양국은 유예 기간이 끝나는 내달 8일까지 '줄라이(7월) 패키지'를 마련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22일 여야 지도부 회동을 마친 뒤 나토 참석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