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당 아파트값이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로 선정된 단지를 중심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이주대책 공백 등으로 사업 지연 우려가 맞물리며 상승 흐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셋째 주 기준 분당구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6% 오르며 경기도 내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기도 평균 상승률은 0.03%에 불과했다.
분당 아파트값은 올해 들어 꾸준히 오름세를 보였는데 특히 6월 들어 상승 폭이 더 커졌다. 6월 첫째 주는 0.19%, 둘째 주는 0.39%, 셋째 주는 0.6%로 점점 가팔라지고 있다.
이 같은 상승세는 1기 신도시 선도지구로 선정된 단지들에 대한 재건축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선도지구로 선정된 단지는 샛별마을 라이프·동성·우방·삼부, 현대, 양지마을 금호·청구·한양, 시범단지 현대·우성, 장안타운건영 등 총 4개 구역, 1만2055가구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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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시장에서는 실거래가 상승이 뚜렷하다. 호갱노노에 따르면 샛별마을 삼부 전용 89㎡는 지난해 10월 8억7700만 원에 거래됐으나 올해 6월에는 13억 원에 손바뀜되며 7개월 만에 4억2300만 원이 올랐다. 양지마을 한양5단지 전용 198㎡는 이달 26억5000만 원, 26억7000만 원에 두 건의 거래가 이뤄졌는데 이는 1년 전보다 약 4억 원 상승한 금액이다. 시범우성 전용 84㎡ 매물도 지난달 16억5000만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또한 성남시는 지난 23일 2차 분당신도시 정비구역 선정을 위한 사전 절차에도 착수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선도지구 외 지역으로의 기대 확산과 가격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성남 분당구 수내동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실제 투자 목적으로 매물을 찾고 있는 사람들의 연락이 자주 온다"며 "특히 선도지구 내 단지들은 입주권 가치까지 선반영 돼 가격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승세가 꾸준히 이어질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재건축 이주대책 마련이 난항을 겪으면서 사업 지연에 대한 우려와 수요자들의 피로감이 함께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2028~2029년 사이 분당 재건축 단지들의 대규모 이주 수요를 예상하고 야탑동 유휴부지에 1500가구 규모의 공공주택 공급을 추진했지만 주민 반발로 무산됐다. 성남시는 추가 후보지를 물색 중이지만 아직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각 단지의 착공 시점을 분산해 이주 수요를 나눠 잡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으며 재건축 추진 일정 지연 우려도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분당 집값이 선도지구 기대감에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재건축을 둘러싼 제도적 제약과 이주 문제 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시장이 조정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분당은 이번 선도지구 발표를 계기로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의 중심지로 부상했다”면서도 “투자 목적의 수요자들은 재건축 지연에 따른 피로감으로 매물을 내놓을 수 있고, 이 과정에서 가격이 일시적으로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분당이라는 지역의 입지를 고려할 때 재건축이 장기간 지연되지 않는다면 회복 불가능한 수준의 조정 국면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