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저장고·가스전 등 에너지 인프라로 공격 확대
이란도 대규모 미사일 보복…최소 3명 사망
“테헤란 불바다될 것” vs “강력하고 가혹한 대응”
국제유가 7% 이상 급등⋯증시는 하락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전날 새벽 ‘일어서는 사자’라는 이름의 기습작전을 통해 이란의 핵시설과 군 수뇌부에 큰 타격을 입힌 데 이어 이날은 미사일과 에너지시설을 겨냥해 공습을 이어갔다. 최소 9명의 이란 핵 과학자가 죽고 안보기관 지휘자 20여 명이 제거됐다. 수도 테헤란 서부의 주요 연료 시설 중 하나인 샤란 석유 저장고가 불타고 세계 최대 규모의 가스전 사우스파르스 유전의 생산이 일부 중단됐다. 이스라엘의 공격 대상이 핵과 군사시설에서 이란 경제에 필수적인 에너지 인프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란도 대규모 미사일을 동원한 보복 공격에 나섰다. 텔아비브와 하이파를 포함한 이스라엘의 여러 도시가 표적이 됐다. 해당 공격으로 이스라엘에서 최소 3명이 죽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란은 15일 오만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6차 핵 협상 회담도 취소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미국과 핵 협상을 지속하는 것이 정당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교장관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서 “무스카트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미국과 이란의 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외교의 대화만이 지속적인 평화를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양측이 거침없는 설전과 함께 상대방 영토에 대한 집중 공격을 계속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영상 메시지에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정권의 모든 시설과 모든 목표물을 타격할 것”이라며 “그들이 지금까지 느꼈던 것은 앞으로 받게 될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하메네이가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미사일을 계속 쏜다면 테헤란은 불바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도 “강력하게 행동하겠다. 이스라엘은 끝났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그들이 저지른 이 엄청난 범죄에서 무사히 탈출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시오니스트(이스라엘)가 침략을 계속한다면 더욱 강력하고 가혹한 이란의 대응을 맛보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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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은 금융시장에도 막대한 충격파를 주고 있다. 국제유가는 전날 7% 폭등했다.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을 사재기하면서 금값이 사상 최고치 인근까지 치솟았다. 같은 날 뉴욕증시 3대 지수는 1%대 하락세를 나타냈고 MSCI선진국지수는 1.11% 떨어지면서 4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이란이 석유 무역의 요충지인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호르무즈해협은 오만과 이란 사이에 있는 주요 해상 통로로, 세계 석유의 약 5분의 1이 지나가는 길목이다. JP모건체이스는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거나 중동 전역으로 충돌이 확산하는 경우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찍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인플레이션 쇼크와 그에 따른 경기침체 등 세계 경기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