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부동산 매각ㆍ임대·개발 '투자형 자산 전환'
"보통주자본비율 비롯 건전성 지표 개선 시급 상황"

은행권이 활용도가 떨어지는 부동산을 정비·매각해 자산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디지털 영업 확대와 오프라인 점포 통폐합 기조 속에서 유휴 부동산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KB국민은행은 소유 부동산 포트폴리오 분석을 위한 외부 용역업체 선정 절차에 들어갔다.
이번 용역에서는 부동산 활용가치 평가 기준과 분석 프로세스를 새롭게 정립하고 보유 자산 현황과 유형을 검토할 방침이다. 현장 실사를 포함해 평가 항목별 배점과 자산별 순위화를 진행한 후 자산별 최적 활용방안과 실행 전략도 제시할 계획이다.
특히 활용도는 낮지만 개발 여지가 있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입지와 적정 규모를 따져 개략적인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수익성 검토도 병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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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번 용역은 보유한 부동산의 자산 가치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현황을 점검해 자산별로 최적의 활용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무엇보다 영업점 재건축이 필요한 경우에는 개발 가능성까지 함께 검토하는 등 보유 부동산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전략적인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의 이 같은 행보는 은행권 전반의 자산 효율화 기조와 맥을 같이한다. 디지털 금융 전환으로 점포 운영 효율성이 떨어지자 주요 시중은행은 남는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임대·개발하는 방식으로 투자형 자산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서울 명동 디지털타워 매각을 검토 중이며 신한은행은 서울 망우동 지점을 세일앤드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처분하기로 했다. IBK기업은행도 성남IT·수지지점 등 총 110억 원 규모의 부동산 매각을 추진 중이다.
KB국민은행도 앞서 통폐합된 13개 점포에 대한 일괄 매각 공고를 내고 총 1335억 원 규모의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이번 용역을 통해 남은 보유 자산에 대해 활용 가능성을 평가하고 개발 여력을 분석하는 작업을 병행할 방침이다.
은행권은 KB국민은행이 활용도가 낮은 자산의 중장기적 활용 방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투자부동산으로의 전환을 함께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부동산은 은행이 임대수익이나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보유하는 토지 및 건물을 의미한다. 통상 영업용으로 사용되던 부동산도 사용 목적이 변경되면 회계상 투자부동산으로 분류된다.
과거 은행은 영업점 건물에서 점포와 임대 비중을 5대 5로 맞춰야 했으나 2016년 은행법 시행령 개정으로 점포 내 임대 면적 제한이 폐지되고 폐쇄 점포의 처분 기한도 1년에서 3년으로 연장되면서 자산 운용에 대한 유연성이 크게 높아졌다.
KB국민은행의 경우 2024년 말 기준 투자부동산 규모는 약 1250억 원으로 타행 대비 낮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 6770억 원 △신한은행 6213억 원 △농협은행 6113억 원 △우리은행은 5231억 원 규모의 투자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보유 부동산을 단순히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수익형 자산으로 전략적 운용에 나설 경우 은행 건전성과 수익성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비롯한 건전성 지표 개선이 시급한 상황에서 유휴 자산의 매각이나 임대 수익화는 자본비율 방어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