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휴 줄이고 경쟁 완화”…구조재편 필요성↑

장기 불황에 빠진 국내 석유화학업계에 구조 개편 조짐이 일고 있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가 충남 대산석유화학단지에 위치한 나프타분해시설(NCC) 설비 통합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두 회사는 롯데케미칼이 대산단지에 별도로 보유 중인 설비를 HD현대케미칼로 편입시키고, HD현대오일뱅크는 현금 또는 현물을 추가 출자하는 식으로 NCC 설비 통합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확정된 사안은 없지만, 복수 방안이 물밑에서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NCC는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를 고온에서 열분해해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설비다. 업황 침체로 국내 주요 NCC 업체 가동률은 2021년 86%에서 지난해 77%까지 하락했다.
양사는 HD현대 자회사 HD현대오일뱅크가 지분 60%, 롯데케미칼이 지분 40%를 보유한 NCC 합작사 HD현대케미칼을 대산단지에서 운영 중이다. HD현대케미칼은 연간 85만t(톤) 규모의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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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의 시선은 벌써 향후 파급효과로 쏠리고 있다. 이번 통합 논의가 현실화하면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시설 관리비나 인건비 등을 줄여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공장 유휴설비를 축소하고 설비 합리화 방안을 모색하는 구조 재편의 필요성이 대두된다”며 “특정 석유화학단지에 중복으로 진출한 업체들의 공장을 유사 제품군별로 전략적 설비교환 또는 인수합병(M&A)하는 설비 통폐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울산, 여수, 대산 석유화학단지마다 중복으로 존재하는 NCC 설비 간 통폐합이 이루어지면 유휴 비중을 낮추고 중복투자 방지 효과가 기대된다”며 “국내 업체 간 소모적 경쟁도 완화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일본과 미국은 이미 구조재편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전환, 위기를 극복했다. 일본은 1970년대 독점금지법 적용을 배제하며 정부가 직접 구조재편을 지원했다. 이후 기업 간 설비 통합과 스페셜티(고기능성) 제품 확대를 추진했다. 미국은 오일쇼크 이후 대대적인 M&A를 통해 통폐합이 이뤄지면서, 원가 경쟁력을 키우거나 스페셜티 중심으로 전환하는 기업이 늘었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참고하기에는 정부가 직접 구조재편을 지원한 일본 사례가 미국보다 더 적합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미국만큼의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에쓰오일(S-Oil)의 샤힌 프로젝트처럼 정유·화학 통합으로 생산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