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절하게 타 매장의 매출을 올려주고 있는 알바생(아르바이트생). 이른바 ‘폭탄 돌리기’ 중인데요. 얼핏 보면 매장 간 선의의 추천처럼 보이지만, 그 ‘속뜻’은 따로 있습니다. 알바생이 감당하기 너무나 벅찬 ‘여름 폭탄’이기 때문이죠.
관련 뉴스

이 폭탄의 이름은 ‘팥빙 젤라또 파르페’. 메가MGC커피가 올해 4월 출시한 이 메뉴는 팥 젤라또, 인절미, 시리얼, 우유 얼음까지 올라간 말 그대로 ‘가성비 빙수’입니다. 단돈 4400원인 이 메뉴는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120만 잔을 돌파하며 히트 상품으로 떠올랐죠. 특히 6월 기준으로 하루 평균 약 4만 잔 이상이 팔리고 있으며 일부 인기 매장에서는 해당 메뉴만으로도 하루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인데요.
이 메가커피표 1인 팥빙수는 얼음 베이스 위에 고운 팥 젤라또 한 스쿱, 콩가루가 묻은 인절미 큐브, 시리얼 토핑이 올라가고요. 마지막으로 연유와 미숫가루가 살짝 뿌려지며 아름다운 자태를 완성하는데요. 시원한 비주얼과 익숙한 맛으로 전통 팥빙수의 재해석이라는 후문이죠.
그러나 알바생들에게는 너무나 불친절한 메뉴인데요. 다양한 토핑과 넘치는 주문에 ‘만드는 사람’에게는 그저 고역이기 때문이죠. “1분에 7개가 나가요”, “토핑 순서가 꼬이면 처음부터 다시”, “이거 주문하면 알바생들의 눈물 맛을 맛봅니다” 등의 안타까운(?) 후기가 쏟아지고 있는데요. 조금이라도 한숨을 돌리려는 알바생들의 마지막 보류, 바로 ‘폭탄 돌리기’가 벌어지는 이유입니다.
메가커피에서 넘긴 폭탄은 이디야와 컴포즈커피에 다다랐는데요. 이디야의 ‘팥 폭탄’은 6300원에 판매되는 ‘팥 인절미 1인빙수’입니다. 우유 얼음 베이스에 통팥과 인절미, 시리얼을 얹은 정통 스타일인데요. 부담스럽지 않은 양과 정석적인 구성 덕에 만만치 않은 인기를 누리는 중이죠. 올해 나온 여름 시즌 한정 제품이라기엔 높은 재구매율을 자랑합니다.
이에 맞서는(?) 컴포즈커피의 ‘팥절미 밀크쉐이크’는 전통 팥빙수의 요소를 쉐이크 형태로 재해석한 디저트 음료인데요. 앞서 설명한 신입들과 다르게 2021년부터 판매된 선배입니다. 출시 이후 스테디셀러 자리를 유지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증샷에 자주 등장하는 대표적인 ‘음료형 팥빙수’ 메뉴로 꼽히죠. 우유와 얼음을 블렌딩한 뒤, 인절미 크런치와 팥소스를 올려 시각적 만족감과 함께 씹는 재미를 동시에 주는데요.

어느 한 곳 쉬운 타선이 없습니다. “메가커피에서 추천받고 갔는데, 이디야 알바도 컴포즈 가보라고 하더라”라는 후기는 이제 안쓰럽게 바라봐야 하는 지경인데요. 셋 다 서로를 추천하며 자신에게 날아온 폭탄을 회피하는 전략을 꾀하고 있죠.
손이 많이 가는 만큼 그 예쁜 모양은 ‘인증샷’이라는 덫에 갇히게 되는데요. 인증샷 유행은 만드는 이들에겐 ‘손 큰 노동’일 뿐이죠. 얼음을 갈고, 토핑을 차례로 올리고, 연유와 미숫가루, 젤라또, 인절미 큐브까지 흐트러지지 않게 철저한 계산과 조립이 필수인데요. 예쁜 인증샷을 위해 ‘플레이팅 정렬’ 요청도 들어오는 통에 그저 백기를 외치곤 합니다.
그런데 이 ‘폭탄 돌리기’ 왠지 익숙한데요. 지난해 ‘초록음료’의 열풍이었던 메론소다를 떠올리게 하죠. 메론소다가 유행했을 당시, 더벤티와 빽다방 알바생들이 서로를 추천하며 ‘감성 음료 폭탄’을 미뤘는데요. 또 메가커피의 수박화채 스무디는 설거지만 6개가 나와 ‘신기한 음료’란 별명까지 붙었었죠. 이처럼 폭탄을 넘기는 기술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올해는 팥빙수, 작년엔 메론소다. 내년에는 또 어떤 여름 메뉴가 폭탄이 될까요? 오늘도 열심히 플레이팅 중인 알바생들의 손목 건강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