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추가 구조조정 나올 듯
美 스탤란티스ㆍGM, 잇따라 공장 폐쇄
중국, 극심한 재고에 ‘고육지책’ 펼쳐

글로벌 자동차산업이 수요 위축기에 접어든 가운데 공급 과잉까지 맞물리면서 출혈 경쟁이 본격화됐다. 이에 미국과 일본 제조사들은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고 수요 예측에 실패해 재고가 넘치는 중국 업계는 신차를 중고차로 둔갑시켜 수출하는 등 ‘고육지책’을 펼치고 있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닛산은 일본 요코하마 본사에서 이날 연 주주총회에서 2025회계연도 1분기(4~6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한 2조7500억 엔을 기록하고 영업적자는 2000억 엔(약 1조9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닛산은 5월 일본을 포함해 글로벌 전역에서 공장 7곳을 폐쇄하고 2만 명을 감원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일본 현지 언론들은 하반기 들어 구조조정 규모가 더 구체화하는 것은 물론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스텔란티스와 제너럴모터스(GM)는 올 하반기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시작한다. 스텔란티스는 미국 5개 공장에서 약 1000명을 감원하는 한편 캐나다와 멕시코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약 1100명이 근무 중인 영국 러턴(Luton) 공장도 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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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은 디트로이트 전기차 공장에서 200명을 해고한다. 캐나다 온타리오 상용차 공장의 생산을 중단해 여기서 약 1200명도 감원한다. 자존심과 같은 픽업트럭 공장(캐나다 오샤와 플랜트)도 가동률을 65%까지 낮췄다.
스웨덴 볼보 역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에서 감산과 감원을 통보했다.
중국 업체들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자동차회사들이 신차를 생산한 직후 이를 곧바로 ‘중고차’로 위장해 수출 중”이라며 “이른바 ‘제로 마일리지’ 로 불리는 이들 중고차는 러시아와 중앙아시아ㆍ중동 등으로 값싸게 수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신차를 중고차로 위장해 수출하는 이유는 극심한 재고 증가 탓이다. 재고 조절을 위해 공장 가동을 조절해야 하지만 그 대신 신차를 값싸게 수출하는 방식을 택했다. 중고차의 경우 신차와 비교해 수출지역 인증과 판매 네트워크 확보 등에서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지금 생산능력을 유지하면서 경기 회복기를 대비하겠다는 전략도 담겨있다.
이처럼 전 세계 주요 자동차기업 대부분이 공급 과잉과 수요 위축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해결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후 수요 회복기에 접어들었으나 중국시장의 과잉 공급이 다른 전 세계 시장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동차업체들이 중국시장에 올인한 것이 지금의 사태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중국은 단일 규모로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다. 자동차 전문매체 워즈오토 통계에 따르면 작년 기준 중국 신차 판매는 전년 대비 4.5% 증가한 3145만 대에 달했다. 미국은 2.2% 늘어난 1590만 대에 그쳤다. 중국시장이 미국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셈이다.
미국과 유럽 제조사는 이처럼 거대한 중국시장을 겨냥해 꾸준히 생산 능력을 확대해왔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 사정이 확연히 달라졌다. 중국 토종 브랜드가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하면서 미국과 일본 브랜드가 하나둘 현지 철수를 결정했다. 앨릭스파트너스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시장에서 자국 브랜드 점유율은 67% 수준이고 2030년이면 76%까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과 일본 브랜드가 파고들 틈이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결국 중국 시장을 겨냥해 확대했던 생산 설비가 이제는 애물단지가 됐다. 시장분석기관 가트너는 “하반기 들어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능력은 수요에 비해 10~30% 초과하게 될 것”이라며 “이에 미국과 유럽 등에서 감산과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수푸 중국 지리(吉利)자동차 회장은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심각한 과잉에 직면했다”며 “중국에서도 신설이나 증설 중인 공장이 작업을 중단할 정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