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지방 부동산 경기 회복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에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차등 적용하고 있지만 효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달 3단계 규제가 시행되면 대출 한도 등 수도권과 지방 간 규제 격차는 더 벌어지겠으나,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차등 적용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지방 주담대 2단계 적용 기간을 연장하고 위험가중치 조정 등 추가적인 감독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비수도권(서울·인천, 경기 제외) 지역 예금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지난해 말 대비 1.49%(3조3140억 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수도권은 1.62%(8조2040억 원) 늘어나며 여전히 지방보다 높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가 차등 적용됐음에도 지방 주담대 수요 확대 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의미다.
앞서 금융당국은 스트레스 DSR 시행으로 지방 부동산 경기 위축 우려를 고려해 지난해 9월 1일 2단계 시행 당시 은행권 수도권 주담대에 한해 스트레스금리 1.2%를 적용하는 ‘핀셋 규제’를 시행했다. 비수도권 주담대에는 0.75%를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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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DSR이란 차주(대출받은 사람)가 금리 상승으로 상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따져 DSR 산정 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하는 제도다. 상환 능력 대비 과하게 빚을 내 집을 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다음 달 1일부터 3단계가 시행되면 지방 주담대에 0.75%, 수도권 주담대에 1.5%가 적용된다. 연 소득 5000만 원 차주가 연 4.2%로 30년 만기 주담대를 받으면 지방-수도권 주담대 간 한도 차이는 최대 약 2000만 원이다.
전문가들은 스트레스 DSR 2·3단계 규제의 수도권·지방 차등 적용이 ‘필요한 조치’라면서도 추가 규제 완화 및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재준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차등 적용은 결국 지방 주담대에 대해 일종의 특혜를 준 것이기 때문에 지방 부동산 미분양 해소에는 조금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제도 시행 초기인 만큼 내년에도 지방 2단계, 수도권 3단계 적용을 계속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3단계 시행방안을 확정하면서 비수도권 주담대의 스트레스금리 상향 적용을 연말까지 6개월간 유예했다.
한 교수는 또 “은행 (대출 취급 여력에 영향을 주는) 위험가중치를 수도권 지역 주담대에 한해 상향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차등 적용과 함께) 지방금융기관의 생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얼어붙은 지방 부동산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실물경제 회복이 뒷받침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스트레스 DSR 차등 적용 정책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에 대해 “지방 부동산 수요가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라며 “공공기관·기업 이전 등을 통해 실물경제 활성화가 되고 금융이 이차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새 정부가 기업 이전과 정주 여건 개선 등 관련 정책을 힘있게 추진하고 여기에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가 뒷받침돼야 지방 경제, 금융기관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