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銀 11.7%로 가장 높아⋯4대 은행 8~9%
새 정부 출범 후 지지율 의식에 압박 확대 우려
‘대부업 차입 등 시스템 전반 기여 제고’ 시각도

‘상생금융 확대’를 예고한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은행권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구조사결과 1위를 차지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다면 유세 과정에서 거듭 강조해 온 ‘금융 공공성’이 은행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사회공헌활동 지원 규모(금액)는 지난해 1조3344억 원으로 전년 1조1628억 원보다 14.8% 증가했다. 사회공헌활동은 △서민금융 △지역사회·공익 △학술·교육 △문화·예술·체육 △환경 △글로벌 등 크게 6개 분야에서 이뤄지는 은행의 공익적 활동을 의미한다. 5대 은행의 사회공헌활동 규모는 전체 20개 은행의 70%에 달한다.
은행별 사회공헌활동 규모 증가율은 신한은행이 전년 대비 18.9%로 가장 높았다. KB국민은행(16.1%), 우리은행(14.8%), 하나은행(12.2%), NH농협은행(10.8%)이 뒤를 이었다.
5대 은행의 사회공헌활동 금액이 당기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달한다. 2023년 9.0%에서 지난해 9.7%로 증가했다. 농협은행의 비중이 11.7%로 가장 컸다. 나머지 4대 시중은행도 8.3~9.9% 수준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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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의 새희망홀씨, 햇살론뱅크 등 취약계층 대상 상생금융(사회책임금융) 실적도 지난해 3조1687억 원으로 2023년부터 3조 원을 웃돌고 있다. 일반 대출보다 수익성이 낮고 리스크가 높은 저신용자 대상 저금리 상품이라는 점에서 은행이 수익보다 사회적 역할을 우선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은행권이 주목하는 것은 새 정부의 ‘포용 금융’ 압박 강도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새 정부가 사회공헌·상생금융을 과도하게 요청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서도 “사회공헌 활동은 지금처럼 꾸준히 하는 게 맞다고 보지만 특히 정성적인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점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어 “금융기관이 사회 환원을 위해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인센티브 등 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의 ‘소상공인 금융·경영부담 완화’ 공약은 이 같은 우려를 키운다. 이 후보는 저금리 대환대출 등 정책자금 확대와 폐업 시 대출금 일시상환 유예 요건 완화, 대환대출 활성화, 중도상환수수료 단계적 감면 등을 약속 한 바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출범 초기 지지율을 등에 업고 상생금융 확대를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은 꾸준히 해온 만큼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정권 초반 불확실성이 여전해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이미 2023년 말 발표한 민생금융지원 방안의 일환으로 소상공인·소기업·청년·금융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자율프로그램’을 이행 중이다. 참여 은행 12곳은 지난해 기준 목표액의 88% 수준인 5278억 원을 집행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청소년 진로 지원 사업인 ‘KB Dream Wave 2030’, 전세사기 피해 구제 및 예방을 위한 ‘KB 전세안심 프로그램’ 등을 시행했다.
신한은행은 청년 소상공인 등을 지원하는 ‘특례 대출 3종’을 출시하고 키오스크 도입을 지원하는 ‘상생형 스마트상점 디지털 전환사업’도 운영했다.
하나은행은 소상공인 사업장 환경을 개선하는 ‘하나파워 온 스토어’ 사업과 발달장애 예술가를 지원하는 ‘하나아트버스’ 등을 이행했다.
우리은행은 고령층 디지털 교육과 청소년 미술 인재 육성 사업에 힘썼고 농협은행은 농촌 아동 성장 지원, 쌀 소비 촉진, 일손 돕기 활동 등을 전개했다.
일각에서는 은행권의 사회공헌활동이 단순히 규모 확대에 그치지 않고 서민금융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은행은 영리 기업이기 때문에 무조건 손실을 감수하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안정적인 영업 기반을 갖춘 금융사업자로서 우수 대부업자에게 자금을 공급하는 등 시스템 차원의 기여도를 높여 서민금융을 더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