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앤인물] 이경식 KRX 부이사장 "韓 파생상품 야간거래 직접 운영… 시장 변곡점"

입력 2025-06-13 06: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이경식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 본부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이경식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 본부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우리 기술로 만들어야 진정한 경쟁력이 생깁니다.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최첨단 전투기 KF-21 보라매처럼요. 한국거래소가 파생상품시장 야간 개장을 직접 추진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경식 한국거래소(KRX) 파생상품본부장(부이사장)은 11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야간시장 개장은 단순한 거래시간 연장이 아니라, 국내 파생상품 시장의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투자자 유입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9일 한국거래소가(KRX) 파생상품 자체 야간시장을 정식으로 개장한 이후,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10일 기준 거래소의 전체 선물·옵션 거래대금은 127조 원으로 개장 직전인 이달 초(57조 원) 대비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실제 거래에 대한 수요를 짐작할 수 있는 지표인 미결제약정도 1646만 계약에서 1817만 계약으로 10.4% 늘었다. 야간시장 자체 거래만 봐도 개장 첫날 9만 건에서 다음 날 10만 건으로 안정적으로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본부장은 "개장 첫날부터 거래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글로벌 이벤트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서 국내외 대형 기관 투자자들도 시장에 들어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이번 야간시장에 글로벌 투자자들의 수요가 높은 우리나라 국채선물도 포함됐는데 해외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들이 국내 야간 거래에 참여할 유인이 커졌다"고 판단했다. 이어 "외국 기관들이 아시아 시장의 금리 리스크를 우리나라 시장에서 관리할 정도로 글로벌 위상이 높다"며 "야간시장 개장으로 24시간 금리 헤지가 가능해졌다"고 자신했다.

거래소가 자체 파생상품 야간시장을 열면서 거래시간은 총 19시간으로 늘어났다. 청산·결제에 걸리는 시간을 빼면 사실상 24시간 체제다. 과거 해외 거래소와 연계해 시장을 운영할 때보다 투자자 입장에서 거래가 훨씬 쉬워졌고 대상 상품도 5개에서 10개로 다양해졌다. 이 본부장은 "특히 외국인 투자자로서는 야간시간에도 리스크 헤지(Hedge)가 가능해지고, 전략적 거래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매력적일 수 있다"며 "이런 부분이 유동성 확대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자체 야간시장은 코스피200선물, 미니코스피200선물 등 총 10개 종목으로 출발했다. 이 본부장은 "그동안 글로벌 투자자는 야간 시간대에 한국 파생상품을 거래하려면 해외 거래소 연계 상품을 통해서만 가능했는데, 이게 국내 자체 야간시장으로 거래 가능해지면서 절차가 훨씬 쉬워졌다"고 자신했다.

▲이경식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 본부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이경식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 본부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선물과 옵션 등 파생상품이 '도박'이라는 인식에 대해서도 '오해'라고 선을 그었다. 이 본부장은 "파생상품은 사실은 현물보다 굉장히 전략적이고 체계적으로 거래하는 상품"라며 "삼성전자나 코스피200 등 기초자산에 기반을 둔 과학적인 시장이기 때문에 이론 가격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주식은 하락 시 손실을 피하기 어렵지만, 파생상품은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양방향성을 선택할 수 있어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투자자로서는 레버리지, 헤지 기능이 있어 투자 유연성이 높고 옵션 투자 등은 작은 자금으로도 경제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어 "단순히 가격 방향성을 맞추는 게 아니라, 전체 시장의 방향이나 리스크를 고려해 거래 전략을 짤 수 있는 시장"이라며 "오히려 시장의 리스크를 줄이고 유동성을 공급해 주는 기능으로 시장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존재"라고 덧붙였다.

이 본부장은 국내 파생상품 시장이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만큼 이제는 투자자들의 시장 이해도를 높여 전략적으로 이 시장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96년 개장 당시 코스피200 선물의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1574억 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는 23조8041억 원으로 150배 이상 급증했다. 하루 평균 미결제약정 건도 1996년 4701건에서 지난해 30만1093건으로 64배 증가했다.

이 본부장은 해외로 나간 서학개미도 돌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국내 파생시장은 이미 아시아·태평양에서 최고 수준의 유동성을 확보했다"며 "요즘 국내 투자자들이 파생상품도 해외에서 거래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해외로 나가게 되면 그들이 외국인 투자자가 되는 만큼 보호받기 어려운 문제점이 있다. 훨씬 편리해진 국내 파생시장 참여를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금융당국도 국내 시장 미비로 인한 유동성 유출을 막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금융감독원은 12월부터 개인 투자자가 해외 장내파생상품과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 등 공격적 상품에 투자하려면 일정 시간 이상의 사전 교육과 모의 거래를 이수하도록 규정을 손질했다. 이전에는 국내 파생상품 거래에만 적용되던 규제를 해외상품 거래에도 반영했다.

신(新)기술과의 접목 가능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금 시장은 인공지능(AI), 자동화 기술, 알고리즘 트레이딩 등과 빠르게 결합하고 있고 기술이 더해질수록 파생상품이 가진 전략적 가치가 더 빛날 것"이라며 "거래소 차원에서도 늘어날 거래량을 대비해 시스템 안정성 등에 만반의 준비를 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개인투자자 차원에서도 파생상품에 대한 문턱이 낮아질 기회라고 봤다. 그는 "과거에는 사람이 직접 거래하고 계산해야 했던 전략들이 이제는 알고리즘으로 구현 가능해졌는데 이런 점이 오히려 개인에게 기회일 수 있다"면서 "기술을 활용하면 개인도 더 쉽고 편하게, 효율적인 거래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거래소 파생상품 시장은 궁극적으로 24시간 거래 체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주간과 야간 사이 청산·결제 시간 5시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미국·유럽처럼 연속 거래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전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트럼프 “G7 조기 귀국, 이란·이스라엘 휴전과 관련 없어…그보다 훨씬 큰 문제”
  • 글로벌 '원전 르네상스'…'K-원전' 위상도 쑥 [위기 대한민국, 이것만은 꼭 ⑦]
  • 포항공장 전면휴업에 잡음 계속…현대제철에 전운
  • 단독 지난해 경력변호사→검사 임용 10배 늘었지만…‘경력직’도 퇴직 러시 [검찰, 어디로]
  • “북미 전력 공급량 급증”…전력 기기 시장도 활황 [AI 데이터센터 ‘양날의 검’ 中]
  • 펨트론, 미국 반도체 M사에 장비 공급…HBM 검사장비도 기대감
  • 367조 원 STO 시장 열린다…제도화 원년 맞은 조각투자
  • ‘檢 해체’ 가시화하자 분위기 술렁…“젊은 검사부터 이탈 가능성” [검찰, 어디로]
  • 오늘의 상승종목

  • 06.17 14:51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47,200,000
    • +0.26%
    • 이더리움
    • 3,545,000
    • -1.34%
    • 비트코인 캐시
    • 654,000
    • +4.22%
    • 리플
    • 3,076
    • +2.29%
    • 솔라나
    • 210,700
    • -2.72%
    • 에이다
    • 870
    • -2.14%
    • 트론
    • 380
    • +1.88%
    • 스텔라루멘
    • 358
    • -0.56%
    • 비트코인에스브이
    • 44,690
    • +2.92%
    • 체인링크
    • 18,600
    • -0.8%
    • 샌드박스
    • 365
    • -1.62%
* 24시간 변동률 기준
OSZA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