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자본금 10억 원
발행·유통 분리
자본시장 원칙 준수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은 과제

조각투자 플랫폼이 제도권 진입의 길을 열었다. 금융위원회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조각투자업에 대한 인가 체계를 신설하면서, 그동안 규제 샌드박스에 머물렀던 플랫폼들이 공식 인·허가를 받고 영업할 수 있게 됐다. 토큰증권(STO) 산업에도 제도화의 첫걸음이 내디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부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본격 시행한다. 이번 개정안은 조각투자 발행 플랫폼 등을 제도권에 포함하기 위해 '수익증권 투자중개업자'라는 인가 단위를 신설한 것이 핵심이다.
인가 단위가 새로 만들어지면서 증권 종합 투자중개업의 자기자본 요건 및 업무단위 추가 등록 범위도 조정됐다. 신설 투자중개업은 스몰 라이선스(소규모 인허가) 형태로 운영되며, 최소 자기자본은 10억 원으로 설정됐다. 자기자본 요건은 펀드 투자중개업과 동일하고, 영업용순자본비율(NCR) 등 건전성, 투자자 보호 관련 규제는 일반 증권사와 같게 적용된다.
기초자산을 신탁한 뒤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을 발행하는 신탁수익증권 업자들에게는 제도권 진입의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펀블, 카사, 루센트블록(부동산), 뮤직카우(음원), 갤럭시아머니트리(항공기 엔진) 등 조각투자 플랫폼이 정식 인가를 통해 공식적으로 영업할 수 있게 됐다. 또한, STO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려는 업체들 역시 신설 인가를 받아야 하기에 일정 수준의 진입 장벽도 함께 형성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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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센트블록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기존 규제 샌드박스 틀 내에서 제한적으로 운영되던 조각투자 플랫폼들이 정식으로 인허가를 받고 영업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라며 "제도권 진입은 플랫폼 신뢰도 향상으로 이어져 투자자 유입과 시장 활성화로 연결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발행과 유통 업무의 분리도 주목받는다. 그동안 신탁수익증권의 발행과 유통 분리에 관한 명시적인 조항이 없어 조각투자 업체들은 발행과 유통을 모두 담당했지만, 앞으로는 한 사업자가 둘 중 하나의 업무만 담당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9월 30일부터 신탁수익증권 조각투자 유통플랫폼에 대한 인가 단위를 신설할 예정이며, 업계는 제도화 방향에 발맞춰 정식 금융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조찬식 펀블 대표는 "매매 수수료라는 수익원이 줄어드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자본시장의 원칙에 따라 발행과 유통을 분리 운영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다"라고 부연했다.
한편, 하나금융연구소는 국내 STO 시장이 2030년까지 367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국내에서도 STO 법제화를 꾸준히 추진해왔으나 그간 뚜렷한 진전은 없었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으로 STO 법제화를 명시했고, 여야 모두 초당적 지지를 보내는 만큼 제도적 전환 가능성이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제도화의 큰 산은 넘었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허들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는 “이번 개정은 수익증권 투자중개업에 한정된 조치이지만, STO 법제화를 위한 첫 발걸음을 뗀 계기였다”라며 “향후 전자증권법 개정을 통해 분산원장에 기재된 토큰증권에 권리추정력을 부여하고,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의 유통까지 허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