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포항시청 집회 계획
美통상 압박 등 철강사 경영 부담↑

현대제철의 포항 2공장 휴업 결정에 노조가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구조조정과 생산중단 결정이 잇따르며 현장의 반발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철강 업계 전반으로 갈등의 불씨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장기화된 수요 침체와 미국발 통상 압박에 더해 노사 충돌까지 겹치며 철강사들의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조 포항지부 현대제철지회는 경북 포항 2공장의 무기한 휴업 결정에 반발, 17일부터 포항시청 앞 집회를 시작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노조 측은 “이 사안은 개별 공장 차원을 넘어 철강업계 전체가 직면한 구조적 위기”라며 “정치권에도 대응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이번 휴업 결정과 포항 1공장 내 중기사업부 매각 추진이 사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이뤄졌다며 이는 단체협약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 11일 포항 2공장의 휴업을 재개했다. 사측은 이틀 간 조합원 간담회를 위한 출근 요청을 수용했지만 이후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포항 2공장은 인천공장과 함께 현대제철의 주요 봉형강 생산 거점으로, 주로 건축용 H형강을 생산한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H형강 수요는 2022년 337만t(톤), 2023년 동일 수준을 유지했지만 올해는 246만t으로 급감할 전망이다. 이는 국내 철강사 전체 생산능력(490만t)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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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은 중기사업부 정리도 추진 중이다. 굴삭기 부품인 무한궤도를 주력 생산하는 이 사업부는 최근 대주-KC그룹에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지난해 중기 판매량은 2021년 대비 65% 감소했다. 회사는 원가 절감을 위해 임원 급여 20% 삭감, 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 등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현대제철만의 문제가 아니다. 동국제강도 오는 7월 22일부터 8월 15일까지 인천 압연·제강공장의 생산을 전면 중단할 계획이다. 해당 공장은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설비로, 가동 중단은 이번이 처음이다.
철강사들의 잇단 셧다운은 건설·건축 경기 침체와 중국발 저가 물량 공세로 인한 내수 위축이 직접적 원인이다. 여기에 글로벌 통상환경도 악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행정명령으로 제동을 걸었다. 이미 지난 3월부터 25%였던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이달 4일부터 50%로 인상돼 한국 철강사의 가격경쟁력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현대제철은 다음 달 임금·단체협상(임단협) 상견례를 앞두고 있다. 아직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임단협은 7개월간 파행을 겪은 끝에 올 초에야 타결됐다. 이 과정에서 현대제철은 사상 첫 직장폐쇄까지 단행했고 1분기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현대제철의 올 1분기 매출은 5조563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감소했으며, 영업손실 190억 원, 순손실 544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회사 측은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이 손실 요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포항공장과 관련해 노조와 계속 대화할 계획”이라며 “작년 임단협도 타결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아직 임단협을 논의하기에는 시기가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