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이탈 본격화하나
9월 예금보호 한도 상향 앞두고 자금 이동 촉각

시중은행들이 정기예금 금리를 잇달아 인하하면서 은행권 예금금리가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시중금리에 본격 반영되며 예금상품의 금리 경쟁력도 빠르게 약화되는 모습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9일부터 ‘KB스타 정기예금’을 포함한 거치식 예금상품 3종의 기본금리를 0.10∼0.25%포인트(p) 인하한다. 이에 따라 이 상품의 금리 상단은 연 2.40%에서 2.20%로, 1년 만기 기준 금리는 2.40%에서 2.15%로 낮아진다.
IBK기업은행도 같은 날 정기예금·적금·입출금 상품 등 총 17개 상품의 금리를 0.20∼0.25%p 인하할 계획이다. 이 중 ‘IBK평생한가족통장’의 기본금리는 2.45%에서 2.25%로 조정된다.
이달 초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도 금리를 인하한 바 있으며,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도 잇따라 예금금리를 낮추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적으로 시중금리에 반영되면서 예금금리 하락세도 빨라지고 있다”며 “향후 추가 인하가 이뤄질 경우 금리는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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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연 2.50~2.85% 수준이다. 이는 5월 4일 기준 최고금리(2.58∼3.10%)와 비교해 상단과 하단이 각각 0.08%p, 0.25%p 하락한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예금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가중평균 금리는 2.73%로, 이는 2022년 6월 이후 최저치다.
이 같은 금리 하락 흐름 속에서 시중은행 예금의 투자 매력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으며, 실제 자금이 이탈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4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MMDA 포함)은 629조3498억 원으로, 전월(650조1241억 원) 대비 약 20조7743억 원 감소했다.
대표적 증시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2일 기준 60조1886억 원까지 늘어났다. 2022년 6월 2일(61조6321억 원) 이후 약 3년 만에 최대 기록이다.
‘예테크(예금+재테크)’족의 관심도 보다 높은 수익을 제공하는 저축은행으로 옮겨가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연 2.97%로 집계됐다. 전월(2.96%)보다 소폭 상승한 수치로 시중은행 금리가 지속 하락하고 있는 상황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앞서 SBI저축은행은 정기예금 금리를 0.2%p 올린 데 이어 예가람저축은행,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도 6개월 예금금리를 각각 0.2%p, 0.15%p 올렸다.
9월부터 시행되는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 조치도 저축은행의 수신 경쟁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예금자보호한도가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확대되면서 고금리 예금을 좇는 자금 이동 즉 ‘머니무브’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 예금은 최대 25%까지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당분간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시중은행의 예금금리는 계속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으로 자금이 대규모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어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이 본격 시행되면 2금융권에 대한 수요도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