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나 리 사장 부임했지만…사업 전략 부재
영업조직·마케팅비 축소에 악순환 분석도

제이티인터내셔널(JTI)코리아의 궐련형 전자담배 플룸 X 어드밴스드(Ploom X Advanced)가 론칭한 지 8개월째에 접어든 가운데 서울 외 다른 지역으로 판매망을 넓히지 못하고 있다. JTI코리아는 올 초 수장을 교체하는 등 인적쇄신에 나섰지만 플룸의 전국구 계획은 묘연하다.
22일 담배업계에 따르면 현재 JTI코리아의 궐련형 전자담배 플룸 X 어드밴스드(플룸) 판매처는 국내에서 서울권역이 유일하다. 다만 JTI코리아는 24일부터 고양, 광명, 남양주, 성남, 하남 등 경기도 일부 지역으로 확대한다. 한국 시장에 궐련형 전자담배를 론칭한 지 반년이 넘었는데도 수도권 외 다른 지역에서는 플룸과 전용 스틱(메비우스 포 플룸)을 구매할 수 없는 상태다.
JTI코리아는 작년 10월 한국 시장에 궐련형 전자담배 플룸 X 어드밴스드를 론칭했다. 당시 이들은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후발 주자인 만큼 서울 지역에서 상품을 출시한 뒤 판매 권역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올 초 JTI코리아의 수장이 이리나 리(Irina Lee) 사장으로 갑작스럽게 바뀌면서 담배업계에서는 JTI코리아의 궐련형 전자담배 사업에 강한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전망됐다.
리 사장은 1999년 카자흐스탄에 위치한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 부서를 시작으로 카자흐스탄, 세르비아, 스위스 본사에서 마케팅 및 영업(M&S), 브랜드 디렉팅 등을 맡아 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리 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궐련·전자담배 신제품 포트폴리오 강화를 내걸었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사업 전략은 보이지 않고 있다.
JTI코리아 관계자는 “향후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플룸 X·전용스틱)전국 판매에 대한 부분도 검토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소비자(성인 흡연자)의 니즈와 트렌드를 적극 반영해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국내 담배 시장에서 존재감을 잃은 JTI코리아가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잃으면서 악순환 고리에 빠져있는 것으로 본다. 특히 작년 희망퇴직을 단행한 여파로 생긴 영업 조직 축소가 궐련형 전자담배 사업 확대에 악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작년 9월 30일에 희망퇴직을 시행한 JTI코리아는 영업조직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후발 주자라 영업 조직을 확대해야 했으나 비용 절감을 위해 오히려 조직을 축소하면서 경쟁력 훼손을 자처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광고비까지 줄였다. JTI코리아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지출한 광고선전비는 447억 원으로 전년 대비 0.9% 줄었다. JTI코리아의 광고선전비는 2020년 520억 원을 기록한 뒤 2021년 472억 원, 2022년 455억 원, 2023년, 451억 원으로 매년 쪼그라들었다.
일각에서는 JTI코리아가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목적이 있다기 보다 상품 재고를 털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통상적으로 시장 진출 후발주자일수록 기존 업체보다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야하는 데, JTI코리아의 움직임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시각이다. 이는 한국이 전자담배 시장에서 규모가 4번째로 큰 국가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고 언급한 JTI코리아의 주장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품 판매처 즉, 영업망을 늘려야하는 게 필수인데, JTI코리아의 움직임은 그렇지 않다”면서 “한국 시장에 론칭한 제품이 일본에서 판매 중인 상품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상품 재고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아니냐는 얘기가 업계에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