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판매량 감소 추세지만, 10·20세대 구매량은 증가세
학술ㆍ이론서 아닌 당사자 목소리 반영된 에세이 판매↑

최근 2년간 10·20세대의 여성·젠더 관련 도서 구매가 증가했다. 이들이 가장 많이 구매한 서적은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로 확인됐다. 이론서나 학술서가 아닌 당사자의 목소리가 반영된 에세이 등을 많이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21일 본지가 예스24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여성·젠더 관련서의 전체 판매량은 매년 하락세에 있지만 10·20세대의 구매량은 증가세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젠더 도서 카테고리에는 페미니즘, 여성문제, 여성학이론, 동성애·성소수자, 남성학 등의 분야가 포함된다.
지난해 10·20세대의 여성·젠더 도서 구매량은 2023년 대비 4.2%포인트(p) 증가했다. 올해 1월부터 5월 중순까지의 구매량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4%p 증가했다. 예스24 관계자는 "구매자 성비의 경우 남녀 3:7로 매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2년간 10·20세대가 가장 많이 구매한 젠더 서적은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동아시아)이다. 논픽션 작가 하미나가 쓴 이 책은 여성의 우울이 어떻게 질병이 되었는지 추적한다. 저자는 질병의 당사자로서 정신의학이 여성의 고통을 어떤 방식으로 대상화하는지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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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히스테리아의 역사부터 가족, 연애, 사회 구조가 여성 우울에 미치는 영향을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인터뷰이들의 서사를 통해 고통을 말할 언어를 만들고, 질병 이후의 삶을 모색하기도 한다.
2위는 '감정의 문화정치'(오월의봄)다. 비백인 레즈비언 페미니스트이자 독립연구자인 사라 아메드가 감정의 권력적 작동을 분석한 책이다. 고통, 증오, 공포, 혐오, 수치심, 사랑 등 다양한 감정을 통해 사회가 어떻게 타자를 배제하고 규범을 재생산하는지 짚는다.
3위에 오른 '페미사냥'(민음사)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반페미니즘 현상을 '소비'와 '놀이'의 관점에서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페미사냥이 일탈적 남성성이나 청년 남성의 박탈감 때문이 아니라 유저들의 재미 추구와 기업의 왜곡된 소비자주의가 맞물린 결과라고 진단한다.
이어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교양인),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문학동네), '젠더와 사회'(동녘), '보이지 않는 여자들'(웅진지식하우스), '인셀 테러'(위즈덤하우스), '제2의 성'(을유문화사), '내 안의 차별주의자'(심플라이프) 등이 10위권 내에 올랐다.
한 출판 관계자는 "과거에는 페미니즘 입문서나 이론서 위주로 판매가 됐다면, 최근 10·20세대가 구매한 책들은 당사자의 목소리를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한 에세이나 디지털 환경 속 젠더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등을 분석한 책들이 많다"라며 "그만큼 젠더를 둘러싼 담론이 대학 연구가 아닌 현실에 안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