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정비창전면1구역 재개발(용산정비창1구역) 사업의 시공사 선정이 한달 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출사표를 던진 HDC현대산업개발과 포스코이앤씨가 각각 악재에 봉착했다.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은 서울시의 영업정지 행정 처분이 제동을 걸었다. 포스코이앤씨는 거듭된 중대재해 사고와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 브랜드 이미지(BI) 표절 의혹이 불거졌다.
다만 HDC현산은 행정처분이 불확실성을 소거한 것으로 평가되는 반면, 포스코이앤씨는 관리 역량 부실과 기업 신뢰도 하락으로 추가 수주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달 14일 HDC현산에 대해 '부실시공으로 인한 중대한 손괴 또는 인명피해 초래'를 이유로 영업정지 8개월,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한 중대재해 발생'을 이유로 영업정지 4개월 처분을 내렸다. 영업정지 기간은 올해 6월 9일부터 내년 6월 8일까지다.
HDC현산 측은 법원에 행정 처분에 대한 가처분 신청 후,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취소소송 판결까지 수주 및 영업활동이 가능하다. 관건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경우다. 용산정비창1구역 조합은 내달 중순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만일 총회 이전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 신규 수주 활동은 중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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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인용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HDC현산은 앞서 2021년 8개월 영업정지 처분 당시에도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영업을 이어왔다.
수주전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정비업계 전문가는 "해당 문제는 이미 수년간 선반영된 이슈인 데다, HDC현산이 그간 적극 대응해왔기 때문에 새로운 변수로 인식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처분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평가한다. KB증권은 전날 리포트에서 HDC현산의 목표 주가를 3만1500원에서 3만4000원으로 올리면서 "2022년 1월 이후 3년여간 이어져 온 관련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일단락되고 온전히 회사의 어닝 사이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사업 관리 역량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달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한 경기 광명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 현장에서 구조물이 붕괴돼 노동자 1명이 숨졌다. 앞서 1월에도 경남 김해 아파트 현장에서 하청노동자 1명이 추락사했다. 지난해 8월엔 서울 강동구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장비 패널을 조작하던 하청노동자가 감전돼 숨졌다.
이중 신안산선 사고는 아직도 뚜렷한 보상 체계도 나오지 않았다. 포스코이앤씨 측은 신속하고 책임 있는 보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사고 재발 위험으로 대피한 인근 주민들은 주거지를 두고 나와 여전히 숙박업소를 전전하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사업장 수를 늘리면서 시공 품질과 안전 체계의 구멍이 난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최근 4년간(2021년~2024년) 매년 4조 원 이상의 정비사업지를 확보하며 사업 규모를 폭발적으로 불렸다.

이번 사업지에 적용예정인 하이엔드 브랜드의 표절 논란도 있다. 2022년 론칭한 브랜드 오티에르 BI가 영국 하이엔드 아파트 '알링턴하우스'를 표절했다는 것이다. 오티에르는 포스코이앤씨가 강남권 수주를 위해 '더샵' 이후 20년 만에 출시한 하이엔드 주택 브랜드로, 회사 측은 2019년부터 사내·외 전문가들로 기획단을 운영하는 등 준비에 공을 들였다고 홍보한 바 있다.
법조계에선 이와 관련해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상표법 상 유사도를 판단할 때 △칭호 △외관 △관념 3가지를 보는데, 이 중 외관상 유사도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류정선 법무법인 혁신 변호사는 "문자가 없는 상태에서 로고만 보면 유사하다고 볼 여지가 상당히 있다"며 "문자가 붙어있는 채로 보면 칭호는 다르고, 외관은 비슷하고 관념은 다툼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표법이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는 해당하지 않더라도, 저작권 침해가 문제되거나 상도의나 거래 관행상 불법행위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표절 이슈는 명확한 해소 전까지 중장기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용산정비창1구역을 비롯해 시공사 선정을 앞둔 성수, 여의도, 강남에서도 브랜드 신뢰도 훼손 등 잡음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종학 법무법인 선명 변호사는 "회사 측에서 고의성이 없다고 주장을 하더라도, 주의 의무 위반이 있다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할 수 있고, 브랜드 가치와 기업 신뢰도 하락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알링턴하우스 측은 관련 소송 등 공식 입장을 확정해 밝히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오티에르는 글로벌 브랜딩 컨설팅 회사와 협업해 시장환경조사, 핵심 아이덴티티 창작과정 등을 통해 도출된 브랜드로 문제가 없으며, 최초로 표절 의혹 제기한 디자이너에게 설명해 오해가 해소된만큼 알링턴하우스 측에도 동일하게 설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쟁사의 네거티브 전략에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용산 정비창 1구역 조합원들에게 최고의 주거단지를 선사하는데만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