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꼽히는 용산정비창전면1구역(용산정비창1구역) 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수주 열기가 뜨겁다. 지역 터줏대감인 HDC현대산업개발과 정비사업 신흥 강자로 떠오른 포스코이앤씨가 격돌하면서 용산 심장부에 어느 브랜드의 깃발이 꽂힐 지 주목된다.
12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용산정비창1구역 조합은 오는 6월 중순 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지난달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에는 HDC현대산업개발과 포스코이앤씨가 응찰해 맞대결이 성사됐다.
두 건설사 모두 역대급 사업 조건을 제시하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먼저 HDC현대산업개발은 3.3㎡당 공사비 858만 원, 42개월의 공사기간을 제안했다. 사업비 금리는 CD금리+0.1%, 조합원 당 이주비는 역대 최고 수준인 20억 원(LTV 150%)을 약속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최저 이주비 20억 원은 인근 신축 전셋값이 최소 15억~18억 원인 점을 고려해 넉넉하게 이동하실 수 있도록 제안드린 것"이라며 "마진을 남기지 않고 최고의 랜드마크를 짓겠다는 수주 의지를 조합원들께 보여드린 것으로 해석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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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오랜 텃밭이다. 본사인 용산아이파크몰은 사업지와 도보 거리에 위치해 있어 사실상 앞마당 사수에 나선 격이다. 최근 정경구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는 직접 현장을 방문해 "용산은 HDC현대산업개발에게 단순한 사업지가 아닌,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와 경험이 축적된 터전”이라며 "HDC타운으로 조성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용산역 일대 주요 개발사업 시행자 지위도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강점을 살려 용산역과 연결되는 지하통로와 상업공간을 설계해 1만9300㎡(약 5843평) 면적을 추가 확보하겠다는 제안도 했다. 만일 실현된다면 역세권을 뛰어넘는 '역품아' 단지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여기에 글로벌 고급 호텔 브랜드인 ‘파크 하얏트’ 유치도 추진한다.

포스코이앤씨는 3.3㎡당 공사비 894만 원, 총 47개월의 공사기간을 제시했다. 조합 필수사업비 금리는 CD+0.7%으로 제시했다. 또 조합원 추가 이주비는 16억 원(LTV 160%)를 보장하는 동시에 CD+0.85%의 조달 금리 기준을 약속했다. 조합원 분담금 납부 방식에 유연성도 더했다. 입주 시 100% 납부 또는 입주 후 2+2년 유예 납부 중 선택이 가능하다. 두 가지 모두 입주 전까지는 대출이자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조건이다.
하이엔드 브랜드인 ‘오티에르’를 적용하고 조합원 100% 한강 조망권을 확보하겠다고도 밝혔다. 여기에 전용 면적 111㎡ 이상의 대형 주택형을 조합이 제안한 231가구보다 49가구 더 늘린 280가구로 확대하는 등 고급화 전략을 제안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대형평형 및 펜트하우스를 극대화하고 일반 소형 오피스텔과 차별화된 고급화 전략을 설계에 반영한 것"이라며 "서울 내 최고급 랜드마크 단지로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두 건설사가 출혈 수준의 경쟁에 나선 데는 지난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경쟁했던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의 영향이 크다고 평가한다. 당시 시공능력평가 1, 2위 건설사가 역대급 조건을 제안하면서 화제가 됐는데, 이를 지켜본 용산정비창1구역 조합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최고 수준의 조건이 짜여지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 두 건설사가 제안한 조합원 이주비는 한남4구역 시공권을 수주한 삼성물산이 제시했던 최저 이주비(12억 원) 보다 높다.
한 정비업계 전문가는 "두 건설사가 제안한 사업 조건이 모두 좋지만, 용산정비창1구역은 실거주 보다 투자자 비중이 높기 때문에 사업 조건 중에서도 분양 수익을 얼만큼 확보할 수 있느냐가 선택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용산정비창전면1구역 재개발 사업은 용산구 한강로3가 일대에 최고 38층, 공동주택 총 777가구와 오피스텔 894실, 상업·업무시설을 조성하는 복합개발 프로젝트다. 사업비는 약 1조 원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