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 다한 후 폐기하지만⋯‘복합소재’ 발목
SSG닷컴 ‘알비백’ 활용 오히려 줄어들기도
환경 역효과 지적에⋯“기업들도 방안 고심”

유통업계 대세가 된 이커머스 업체들이 배송에 사용되는 종이박스·스티로폼을 줄이기 위해 꾸준히 다회용 보냉백(다회용백) 활용을 늘리고 있다. 다만 일부 업체에서 회수율이 낮고, 다회용백 자체가 복합소재라 재활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오히려 환경 파괴의 주범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 업계 1위 쿠팡은 2020년 3월 다회용 보랭 가방 ‘로켓 프레시백’을 선보인 후 신선식품 주문 10건 가운데 7건가량에 활용 중이다. 이를 통해 연간 2억 개 이상의 스티로폼 상자 사용을 줄이고 있다. 쿠팡 프레시백의 경우 고강도 플라스틱 복합소재를 적용해 100회 이상 재사용이 가능하다. 품질 관리를 위해 전용 세척기와 전담 인력도 배치해 위생 관리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새벽배송 전문 이커머스인 컬리도 2021년 재사용이 가능한 ‘퍼플박스’를 도입했다. 프레시백은 배송 후 쿠팡 배송기사가 다시 회수해 가는 방식이라면, 퍼플박스는 고객이 구매해 문 앞에 놓아두면 배송기사가 이 안에 제품을 담는 방식이다. 출시 당시 지속가능한 포장재를 만든다는 목적으로, 보랭력과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소재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했다.
컬리에 따르면 퍼플박스 도입 직후인 2022년 한 해동안 종이박스 사용을 966만 개 줄인 것으로 집계됐다. 30살 된 나무 1그루에서 얻을 수 있는 펄프의 양이 59kg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30년생 나무 2000그루를 보호한 것과 같은 효과다.
친환경에 도움을 주기 위해 고안한 프레시백이지만 수명을 다하면 폐기물이 된다는 점은 여전히 환경 문제로 남아있다. 프레시백의 경우 100회 사용하면 폐기 절차를 밟는데, 사용을 거듭할수록 보랭 성능이 떨어져서다. 이 때문에 결국 폐기해야 하는데, 다회용백은 폴리에스터, 알루미늄 등 복합소재로 만들어 재활용이 안 되고 소각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회수가 원활하지 않아 아파트 복도 애물단지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택배기사에 지급하는 다회용백 회수 수거 단가가 낮은 데다, 운송장 탈거, 아이스팩 처리 등 추가 작업이 필요해 번거로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2019년 도입한 SSG닷컴 ‘알비백’의 경우 이런 이유로 사용이 뜸해지는 추세다. 알비백은 깔끔한 디자인과 친환경 이미지로 출시 직후 인기를 끌었지만 회수율이 낮고, CJ대한통운과 협업으로 새벽배송에 나서면서 일부 지역에서 종이박스로 대체되고 있다.
이 때문에 무차별적으로 다회용백 활용을 늘리기에 앞서 보다 근본적인 친환경 실천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택배 물동량이 늘어나는 만큼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될 문제라는 목소리가 커진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택배 물량은 약 59억6000만 건으로, 전년(51억5000만 건)보다 약 15.6% 증가했다. 2019년 27억8000만건과 비교하면 5년 만에 2.1배 늘었다. 연간 택배 물량은 2014년 16억2000만 건에서 2016년 20억4000만 건, 2018년 25억4000만 건 등으로 지속 증가해 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자체 배송을 하지 않는 경우 다회용백을 사용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여러 번 쓰지 않으면 종이박스를 사용하는 것과 다름없는 역효과가 나기에 기업들도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