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영국에서 진행 중인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와의 휴대전화 특허 분쟁 소송에서 ZTE의 특허를 사용할 수 있는 임시 라이선스를 확보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런던고등법원의 제임스 멜러 판사는 이날 “ZTE는 불필요한 금지명령 소송을 무더기로 제기함으로써 악의적으로 행동했다”면서 “본안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삼성이 요청한 임시 특허 라이선스를 사용할 수 있다”고 승인 결정을 내렸다.
앞서 삼성은 지난해 12월 ZTE를 상대로 영국 법원에 ZTE가 특허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조건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FRAND)’인지를 확인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ZTE도 중국·독일·브라질 등에서 삼성을 상대로 맞소송을 넣은 상태다.
런던고등법원은 이번에 양측이 각자 제시한 임시 라이선스 가운데 삼성이 제시한 것을 승인했다. 삼성과 ZTE는 각각 서로 다른 조건의 ‘임시 라이선스’ 제안을 제출했는데, ZTE는 라이선스 사용 대가로 지불할 비용과 조건을 중국 법원이 정한 ‘FRAND 조건’을 따라야 한다고 전제를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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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밀러 판사는 “ZTE의 조건은 이 런던 소송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삼성이 결국 중국 충칭에서 진행되는 ZTE와의 소송 결과를 받아들이게 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영국 대법원은 2020년 랜드마크 판결에서 자국 법원이 글로벌 FRAND 조건을 설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으며 중국 법원도 같은 권한을 가진다.
로이터는 이번 임시 라이선스 승인 결정은 영국 법원이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준 셈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영국 고등법원이 1심에서 임시 라이선스를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아마존-노키아, 레노버-에릭슨 사례에서도 영국 법원이 본안 판결 전 임시 라이선스를 허용한 적 있지만, 이때는 주로 고등법원 항소심 단계나 협의과정 중 법원의 조정 등에서 이뤄졌다.
삼성과 ZTE는 해당 판결에 대해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