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적 방법 ‘사업기회 제공’도 가능하나…
적극적‧직접적 제공과 동등하다고 평가돼야”
대법원이 SK실트론 지분 취득을 둘러싼 공정거래위원회와 SK㈜ 간 분쟁에서 최종적으로 SK 측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26일 공정위가 SK㈜와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내린 시정 명령 및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을 열고 “시정 명령 및 과징금 부과 처분 전체를 취소한 원심 결론은 정당하다”라고 선고했다.
이날 대법원은 공정위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에서 쟁점은 2017년 SK㈜가 반도체 웨이퍼 제조업체 LG실트론(현 SK실트론) 지분 70.61%를 인수할 당시 나머지 지분 29.39%를 SK그룹 총수 최 회장이 개인적으로 취득하도록 사실상 지원했는지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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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된 지분은 ‘총수익 스왑(TRS‧Total Return Swap)’이라는 금융계약 구조로 최 회장에 귀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TRS는 명의상 주식은 금융회사가 보유하지만, 수익과 손실은 계약 당사자인 최 회장이 모두 가져가는 방식이다. 사실상 실질 소유와 유사한 효과를 낸다.
공정위는 이를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으로 판단하고, 2022년 SK㈜와 최 회장에 대해 총 16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함과 동시에 시정을 명령했다.
이에 SK 측은 정당한 투자 행위라며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지난해 공정위 제재를 전부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서울고법은 “이 사건 지분을 취득하게 한 행위가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 금지하고 있는 ‘사업기회 제공’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공정거래 사건은 ‘처분 관청’ 공정위 절차를 1심으로 봐 항소심부터 출발한다. 공정위가 상고하면서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이날 대법원이 원심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공정위 처분은 최종적으로 무효가 됐다.

대법원은 “구 공정거래법 제23조의 2 제1항 제2호에서 ‘사업기회 제공 행위’를 금지하는 취지는 특수관계인을 중심으로 한 경제력 집중의 유지‧심화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업기회 제공’을 위한 전제로서 계열회사가 해당 사업기회를 규범적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드시 계열회사가 이 같은 사업기회를 우선적‧배타적으로 지배‧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며 “소극적 방법에 의한 ‘사업기회 제공’도 가능하나, 적어도 그러한 제공이 적극적‧직접적 제공과 동등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