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계 추가 반덤핑 제소 가능성도 기대감
대미 철강 수출은 16% 감소…美 관세 협상이 최대 변수

장기 침체에 빠졌던 철강업계에 회복 기대감이 감돌고 있다. 중국의 철강 감산 기조와 국내 철강업계의 반덤핑 제소 효과가 맞물리며 철강 공급 과잉이 완화 조짐을 보여서다.
25일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조강 생산량은 8655만t(톤)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6.9% 감소한 수준이다. 앞서 중국은 3월 양회에서도 철강 생산 감축을 제안했으며, 4월부터 철강 생산량이 감소세에 든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중국산 철강재에 대한 반덤핑 조치가 본격적으로 효과를 보이는 분위기다. 정부가 4월 말부터 중국산 후판에 대해 최대 38.02%의 잠정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수입 물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실제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로 들어온 후판은 6만2000t으로, 전년 동기보다 63% 가까이 급감했다. 반면 국내 후판 3사의 내수 판매량은 2월부터 4개월 연속 5% 이상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수입 물량이 줄자 국산 후판에 대한 수요가 일부 회복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다음 달 발표될 예정인 중국산과 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예비 판정에도 기대감을 걸고 있다. 열연강판은 후판보다 수요가 약 4배 가량 커 반덤핑 여부가 국내 철강 시장 판도에 미칠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특수강봉강과 H형강, 컬러강판 등 중국산 철강재에 대한 반덤핑 제소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공급 과잉에 따른 시장 왜곡을 바로잡고, 국내 철강업계의 가격 정상화 흐름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 따르면 특수강봉강, H형강, 컬러강판의 명목 소비 대비 수입 비중은 각각 약 28%, 21%, 9%, 13% 수준으로 알려졌다.
변수는 미국과의 철강 관세 협상이다. 현재 미국은 한국산 철강에 부과하는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해 부과하고 있다. 이에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3% 감소한 3억27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현대제철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건설하는 전기로 기반 제철소를 건설하고, 포스코그룹이 이에 지분을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나, 이는 중장기 대응책일 뿐 단기적인 수출 회복 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공급 부담은 다소 줄었지만,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여전히 큰 변수로 남아 있다”며 “지금 가지고 있는 대응책들이 당장 현지 대응으로 이어지지 않는 만큼, 하반기에도 시장 흐름을 예의 주시하며 더욱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미국과의 철강 관세 협상에서 쿼터제 도입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최근 미국이 영국과 무역 협정을 체결하면서 영국산 철강에 대해 50%의 고율 관세 대신 쿼터제를 적용하기로 해서다. 한국도 유사한 협상 결과를 도출할 경우 철강업계부담이 일부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에도 철강 관세를 적용했다가 협상 과정에서 관세율을 면제한 쿼터제에 합의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