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과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K 머니무브’가 중동 확전이라는 불확실성을 맞닥뜨렸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직접 타격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재명 정부 들어 분위기가 좋던 국내 자산 시장에 대형 악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지난 20일 3년 5개월 만에 종가 기준 3000선을 넘어섰다.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이 시장 여유자금 물꼬를 주식시장으로 틀었고, 외국인과 기관, 개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에 대한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그러나 코스피 3000선 지지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여파로 미국의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둔화)이 고개를 든 가운데 중동 지역 긴장이 금융시장에 미칠 파급 영향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다. 미국은 21일(현지시각) 이란의 핵시설 3곳 공습과 함께 이스라엘-이란 전쟁에 직접 개입하면서 중동 지역의 확전을 선포했다.
미국의 중동전 참전으로 유가 공급망 차질은 불가피해졌다. 앞서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고 충돌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는 곧 미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위험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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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선 중동 확전으로 국내 시장의 유동성 경색 전이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박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정책위원회(금통위)의 통화정책 딜레마를 심화시킬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반등한다면 금통위로선 하반기 중 2회로 예상되는 금리 인하 횟수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
환율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커졌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1일(국내시간) 야간거래에서 주간 종가(1365.60원) 대비 8.40원 급등한 137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중동전 참전을 공식화한 미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미국의 반도체 장비에 대한 공급 제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금리의 상승 가능성도 나온다. 미국의 중동전 참전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채 금리는 미국 금융 시스템과 달러에 대한 시장 신뢰도가 흔들리면서 급등하곤 했다. 이달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속도감 있게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나서는 점도 금리 상승 우려를 키운다.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도 반영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국내 주요 은행장들과 만나 급증하는 가계대출 관리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8월 말∼9월 초 발표되는 예산안에 대한 경계감도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동 전쟁이 조기 종식될 경우 K 머니무브는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증시 부양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을 언급했다. 상법 개정과 배당 확대 필요성도 지적했다.
주식을 사려고 대기하는 자금도 많이 늘어나 있는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투자자 예탁금은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이달 들어 60조 원을 돌파했고, 현재 65조 원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투자자예탁금은 2022년 5월 다시 60조 원에 육박한 이후 최근까지 40조~50조 원 규모에 머물렀다.
박기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 랠리는 정부 정책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는 것"이라며 "특히 인공지능(AI)과 K콘텐츠, 친환경에너지 등 대선 공약에서 언급했던 유망 산업에 대한 지원 정책이 가시화되면서 투자 심리가 개선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