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란 전역 ‘출국권고’·파키스탄 국경 폐쇄
美 주가 선물 하락 반전…브렌트유 2.2%↑
“시장, 중동 지역 대규모 폭발 위험 과소평가”

이스라엘의 기습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이란과의 무력 충돌이 17일(현지시간) 닷새째로 접어든 가운데 미국과 중국이 각각 자국민에 이란과 이스라엘에서 대피할 것을 촉구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금융시장도 급박하게 돌아가는 중동 정세에 주목하면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CNBC방송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미국인들에게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즉시 떠날 것을 촉구한 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중단하고 조기 귀국길에 올랐다. 귀국 후에는 백악관 상황실에서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한다. 구체적 안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이란 핵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벙커버스터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이란은 내가 서명하라고 말한 합의에 서명했어야 한다”며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며 인명 피해인가. 분명히 누차 말해왔듯이 이란이 핵무기를 갖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두 즉시 테헤란에서 대피해야 한다”며 사실상 ‘소개령’에 준하는 대피를 촉구했다.
아울러 G7정상들은 전날 회의 후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인정하면서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절대 인정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성명에 서명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문구 변경을 조건으로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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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주재 중국 대사관은 현지에 있는 자국민들에게 가능한 한 빠르게 육로를 이용해 이스라엘 땅을 떠나라고 권고했다. 중국 대사관은 소셜미디어 위챗 공지에서 “현재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이 계속해서 격화하면서 민간 시설이 피해를 보고 민간인 사상자가 늘어나는 등 안보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며 “영공은 폐쇄됐기 때문에 요르단으로 향하는 육로 국경을 통해 출국하라”고 강조했다.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은 이스라엘 민방위 사령부의 지침과 안보 상황을 고려해 17일부터 폐쇄하기로 했다.
다른 국가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한국 외교부가 이란 전역을 ‘출국권고’ 지역으로 지정하고 인도가 현지에 있는 자국민 유학생들을 안전지대로 대피시키는가 하면 파키스탄 역시 자국민 보호를 위해 이란과 맞닿은 국경을 폐쇄했다.
다만 이란이 미국과의 핵 협상 재개를 절실히 원한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와 미국이 현재까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은 시장에 비교적 안정감을 주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전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해서 이란과의 핵 관련 협의를 모색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물론이다”라며 평화 실현을 위한 합의가 성립되길 강력히 희망한다”고 답했다. 이에 미국이 이란과의 직접 협상을 통한 전투 종결을 모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시장은 중동 분쟁 격화가 미칠 악영향을 가늠하면서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민 대피 촉구와 조기 귀국에 미국 주가 선물은 하락하고 유가는 다시 급등했다. 뉴욕증시 다우지수에 연동된 선물은 200포인트 가까이 밀렸고 S&P500 선물은 0.5% 내렸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2.2% 뛰었다. 전날 정규장 때만 해도 이란이 협상을 원하고 있다는 보도에 뉴욕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유가는 하락 마감했는데 몇 시간 만에 상황이 급변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동 갈등의 위험성을 경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러스 몰드 AJ벨 애널리스트는 “특히 에너지 부문과 관련해 시장은 중동에서 대규모 폭발이 발생할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현 상황은 변수가 너무 많고 지정학적 고려 사항이 많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