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가격 네 배 오르고
美정부, 경영전략에 거부권 확보
FT “트럼프 대통령, 원하는 것 모두 얻어”

전 세계 조강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미국과 일본의 철강 연합이 출범한다.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제철은 US스틸 인수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전날 마무리했다. 최종 인수비용 141억 달러(약 19조4000억 원) 납부도 마쳤다. 2023년 12월 일본제철이 US스틸 인수 추진 계획을 밝힌 지 1년 6개월 만이다.
주식을 전량 취득하면서 US스틸은 일본제철의 자회사가 됐다. 일본제철은 이번 인수와 관련해 “미국의 안전보장을 지키면서 경영의 자유와 채산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US스틸 인수 이후 일본제철의 전체 조강 생산량은 4364만 t(톤)에서 약 32.5% 증가한 5782만 t으로 늘어나게 됐다. 전체 생산량이 30% 넘게 급증하게 되지만 선두그룹을 구성한 중국 기업과 격차는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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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철강협회(WSA) 통계에 따르면 작년 기준 글로벌 조강생산량은 약 19억 t이다. 이 가운데 10억 t이 중국에서 나온다. 기업별로 따져보면 10위권에 속한 중국 기업만 6곳에 달한다.
일본제철은 3위인 중국 안강그룹(5955만 t)에 이어 글로벌 4위 수준에 머물게 된다. 여전히 덩치를 키워 중국세에 맞설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한편 이번 인수합병(M&A)으로 중국의 ‘철옹성’을 겨냥한 미국과 일본의 철강 연합이 출범했지만, 이 과정의 최종 승자는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애초 약 27억 달러 수준이었던 US스틸 인수가격은 1년 반 사이 네 배 가까이 급등했다. 철강 가격 급등으로 인해 US스틸 주가가 크게 올랐다. 또 미국 정부의 인수 반대 입장을 되돌리는 과정에서 프리미엄이 추가됐다.
아울러 미국 정부는 △이사회 임명권 △공장 폐쇄 △본사 이전 등 경영전략의 주요 결정에 대한 거부권을 확보했다. 이른바 황금 지분으로 불리는 ‘골든 쉐어’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에 대한 투자와 고용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정부의 거래 개입 탓에 향후 외국 자본이 미국 투자를 결정할 때 고민을 거듭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개월간 보류됐던 US스틸 매각이 트럼프의 결정으로 최종 성사됐다”라면서 “행정부가 기업 M&A에 깊게 관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원하는 걸 모두 얻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