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스라엘 충돌에 40% 급락
유가 불안·수요 둔화 ‘이중 압박’
역내 석유제품 가격 상승 가능성도

올해 상반기 회복 흐름을 타던 정제마진이 6월 들어 급락하면서 정유업계의 실적 개선 기대에 제동이 걸렸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변수로 떠오르며 수익성 회복의 동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다.
18일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13일 기준 배럴당 3.51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불과 2주 전인 6월 2주차(6.0달러) 대비 40% 가까이 하락한 수치다. 정제마진이 3달러대로 떨어진 건 올해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정제마진은 정유사가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을 판매했을 때 얻는 이익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올해 1분기 평균 정제마진은 3.1달러로 저조한 흐름을 보였지만, 5월 들어 6.75달러까지 치솟으며 실적 회복 기대를 키웠다. 6월 초까지는 과거 평균(6.0달러) 수준을 유지하며 긍정적 분위기가 이어졌지만,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며 정제마진도 변동성이 커졌다. 여기에 글로벌 수요마저 둔화하면서 원가 상승과 판매 가격 하락의 이중 압박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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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의 실적 회복 시점도 그만큼 불투명해졌다. 정제마진은 통상 1~2개월 시차를 두고 정유사 분기 실적에 반영된다. 이에 따라 2분기 중반 이후 마진이 급락한 점은 상반기 실적에 직접적인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과거 중동의 군사 분쟁 사례를 보면 유가 상승세는 비교적 빠르게 안정을 되찾는 경우가 많았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과거 분쟁 시 국제유가는 단기적으로 2~6달러 상승했지만, 상대편의 보복 시점 이후 다시 추세로 회귀하는 흐름이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는 처음으로 에너지 인프라 타격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오히려 아시아 역내 정제마진이 강세로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란의 원유 수출의 90%는 말레이시아를 우회해 중국으로 들어간다. 중국 정유사가 공급 차질에 따라 공장 가동률을 조절하면 아시아 역내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공급 이슈로 인한 유가 상승은 재고 평가 상승, 일부 제품 가격 상승 등으로 이어져 단기적으론 실적에 긍정적일 수 있지만 수요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정제마진이 약화할 가능성도 있다”며 “파급효과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