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내 실거래가 ‘6억 원 이하’ 저가 아파트 매수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한 달(5월 16일~6월 16일) 기준으로 저가 아파트 매수 비중은 늘었지만, 실거래가 ‘15억 원 초과’ 고가 아파트 거래는 연초 대비 줄어든 모양새다. 지난 3월 말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와 용산구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재지정 등으로 핵심지 수요는 줄었지만, 집값이 급등하자 추가 집값 상승을 우려한 실수요층이 외곽지역 저가 단지 매수에 뛰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1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분석 결과 최근 한 달 동안 서울 아파트 실거래 중 거래가 ‘6억 원 이하’ 저가 아파트 거래 비중은 27.8%로 나타났다. 이 기간 5118건의 실거래가 등록됐는데 이 가운데 저가 아파트 거래량은 1423건으로 집계됐다. 이어서 실거래가 ‘15억 원 초과’ 고가 단지 거래량은 1047건으로 전체 거래 중 비중은 20.5%였다. 실거래가 ‘9억 원 초과~15억 원 이하’ 단지 거래 비중은 30.0%로 집계됐다.
최근 한 달 동안 서울 내 저가 단지 거래 비중은 올해 1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 거래 비중과 비교하면 대폭 늘었다. 최근 한 달 저가 아파트 거래 비중은 27.8%로 1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의 16.1%와 비교하면 11.7%포인트(p)나 높았다.
반면 실거래가 ‘15억 원 초과’ 고가 단지 거래 비중은 최근 한 달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 고가 단지 거래량은 8367건으로 전체 거래(2만8774건) 중 약 29.1%를 차지했다. 이는 최근 한 달간 고가 단지 거래 비중 20.5% 대비 8.6%p 더 많은 수준이다. 실거래가 ‘9억 원 초과~15억 원 이하’ 단지 거래 비중은 32.5%(9355건)로 최근 한 달 거래 비중 30.0%와 큰 차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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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최근 들어 서울 내 저가 아파트 거래량이 늘어난 것은 강남 3구와 성동·마포·강동구 등이 올해 초부터 차례로 아파트값 급등세를 보이자 무주택자 실수요자의 매수심리가 확대하는 ‘패닉바잉’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달 기준 서울 집합건물(아파트·연립·오피스텔 등) 소유권 매매 이전등기 중 생애최초 등기 비중은 41%를 넘겨 지난해 5월(41.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4월 36.2%와 비교하면 5.1%p 높다는 통계도 나왔다. 집값 상승세가 계속되자 무주택자가 내 집 마련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은 집값 추가 상승 기대심리가 패닉바잉을 부추겨 추가 집값 상승을 불러올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전날 펴낸 ‘주택가격 기대심리의 특징과 시사점’에 따르면 “한국은 주택값 상승 기대가 패닉바잉으로 이어져 실제 집값 급등을 초래했다”며 “3월 이후 주택 가격 기대심리가 상승세로 전환한 이후 서울 아파트값과 금융권 가계 대출이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지금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은 과열 단계로 접어들었다. 특히 6월 들어서 매수세가 더 빨라졌다”며 “기존에는 고가 아파트만 움직이다가 이제는 고가, 저가 할 것 없이 사들이는 모양”이라고 진단했다.
김 소장은 이어서 “정부가 세금 규제 카드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라 이를 제외한 대책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대책으로는 집값 급등으로 불안한 수요자를 안심시키긴 역부족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