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검사들, 조직 미래 절망적으로 전망⋯빠른 선택 내릴 것”
“법조 시장 예전 같지 않아”⋯관망하다 움직일 것이란 관측도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강도 높은 검찰 개혁이 예고되자 검찰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검찰 조직을 완전히 해체하는 법안이 발의되는 등 존폐 위기에 놓인 탓에 법조계에선 당분간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김용민·강준현·민형배·장경태·김문수 의원은 △검찰청법 폐지법 △공소청 신설법 △중대범죄수사청 신설법 △국가수사위원회 신설법 등을 포함한 검찰개혁 법안을 11일 발의했다.
핵심은 검찰로부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각각 중수청과 공소청에 별도 이관한다는 것이다. 검사는 두 기관 중 하나를 택해 이동하는데, 중수청에 간다면 수사관 신분이 된다. 검사 직위가 유지되는 공소청은 기소 역할을 전담한다. 국무총리 직속 국가수사위원회는 수사기관 간 조정을 맡는다.
민주당 법안이 통과된다면 검찰은 사실상 해체 수준의 개편에 돌입한다. 이에 내부에선 ‘검사의 정체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고 한다. 조직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젊은 검사들부터 먼저 반응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젊은 사람일수록 '탈(脫)검찰' 선택이 더 빠를 듯하다”며 “한창 일하기 좋은 3·5·10년 차 검사들은 조직의 미래를 점점 더 절망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우도 크게 달라질 테니 검찰에서 나오는 선택을 하지 않을까 싶다”며 “부장급 검사들은 로펌 시장에서 이미 충분하다는 분위기라 결국 변호사 시장의 포화 상태가 더 심해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조직의 운명이 정치권에서 일방적으로 논의되고 결론 내려지는 것 자체가 위기”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 개혁이 언급됐는데, 젊은 검사들은 확실히 이런 분위기에 싫증을 느낀다”고 했다.
대선 이전 이미 옷을 벗은 고위직 검사들도 많다. 검찰 ‘2인자’로 꼽히는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중앙지검 핵심 간부인 조상원 4차장검사는 대선을 2주 앞두고 사직서를 냈다.
표면상 이유는 건강 문제였지만, 중앙지검 지휘부가 동반으로 사의를 표명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두 사람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연루된 김건희 여사를 불기소 처분해 탄핵 소추됐다가 3월 13일 업무에 복귀한 바 있다.
‘국가정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에서 공소권을 남용했다는 혐의로 탄핵 소추됐다가 돌아온 안동완 서울고검 검사의 사표도 이달 2일 수리됐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5월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안 검사의 탄핵안을 기각했다.
또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고액의 술 접대를 받아 정직 1개월 징계가 내려진 나의엽 수원지검 부부장검사도 지난달 사직 의사를 밝혔다.
이들 모두 탄핵 소추되거나 징계 등 논란과 관련이 있지만, 정권이 바뀌기 전에 스스로 거취를 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각종 의혹을 수사한 검사들에 대해 조만간 좌천성 인사가 있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반면 검사의 대규모 이탈이 곧바로 현실화하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입법 과정의 진통, 내부 반발, 시행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검찰 개혁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당장 검사를 그만둘 경우 변호사 시장의 환경도 고려해야 하므로 변화를 지켜보고 움직일 것이란 주장이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요즘 10년 차 미만 검사들이 많이 나간다는 얘기는 있었지만, 조직 개편 후 더 좋은 자리로 갈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검사도 있는 것 같다”며 “검찰총장이 있는 현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해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 출신 변호사들이 맡을 사건이 많이 줄었다”며 “법조 시장이 예전 같지 않아 오히려 나오는 것을 두려워하는 검사들도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검찰 조직 내부에서 우려하는 분위기는 충분히 감지된다”면서도 “중수청이 생기면 거기가 또 다른 권력이 되기 때문에 가려는 검사가 꽤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로펌으로 나오더라도 재편된 수사기관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는 게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탈이야 있겠지만 일단 조직 개편 이후 인사를 기다려보자는 심리가 강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