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값 상승세가 서울을 넘어 경기 핵심지로 확산하고 있다.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와 용산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으로 묶이자 서울 외곽은 물론 경기 과천시와 성남 분당구, 하남시까지 들썩이는 모양새다. 경기 핵심지에선 집값 상승률이 높아지고, 매물은 빠르게 줄고 있다. 여기에 경매시장에서도 응찰자가 수십 명씩 몰리는 사례가 속출하는 등 아파트값 상승 장기화 조짐을 보인다.
15일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값 동향 통계에 따르면 6월 둘째 주(9일 기준) 경기 과천시는 0.35%, 성남 분당구는 0.39%, 하남시는 0.19%씩 올랐다. 특히 성남 분당구와 하남시는 전주 대비 상승 폭이 각각 0.20%포인트(p)와 0.13%p를 기록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성남 분당구 아파트값이 주간 기준으로 0.39% 오른 것은 지난 2023년 9월 11일 0.46% 오른 이후 약 21개월 만이다. 당시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 마스터플랜 발표 등의 재건축 기대감으로 분당 일대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올랐는데 최근 집값 상승률은 이에 맞먹는 수준이다.
경기 핵심지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가운데 아파트 매물도 빠르게 줄고 있다. 매매 수요 증가와 함께 추가 아파트값 상승을 예상한 집주인들이 매매를 위해 내놨던 물건을 거둬들이고 관망세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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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부동산플랫폼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 전체 기준으로 최근 한 달간 매물 감소율은 서울 성동구가 –19.6%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서 성남 분당구가 -17.3%로 2위, 과천은 –13.3%로 5위를 기록하는 등 경기 주요 지역의 아파트 매물 감소세가 서울 못잖게 가파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경기지역만 떼놓고 보면 성남 분당구와 과천이 아파트 매물 감소율 1위와 2위를 기록했으며 하남시는 -5.3%로 경기 내 하락률 6위로 집계되는 등 모두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해당 지역 일대 매물 감소세가 빨라지고 거래도 늘면서 아파트 매매 신고가도 속출 중이다. 이날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하남시 망월동 ‘미사강변 효성해링턴플레이스엔에이치에프’ 전용면적 51㎡는 지난 5일 7억800만 원에 신고가를 썼다. 또 7일 성남 분당구 구미동에선 ‘까치마을1단지’ 전용 84㎡ 한 가구가 직전 신고가보다 1500만 원 오른 14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이 외에 3일 과천에선 원문동 ‘래미안슈르’ 전용 84㎡가 직전 대비 1억1000만 원 오른 20억 원에서 거래되는 등 신고가 경신 사례가 이어졌다.
매매시장 선도 지표인 경매시장에서도 경기 과천과 성남 분당구, 하남시 일대 단지는 강세를 보였다. 일부 단지에는 응찰자가 몰려 과열 양상도 보였다. 부동산 경매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9일 성남지법 경매1계에서 진행된 성남 분당구 야탑동 ‘목련마을SK’ 전용 59㎡ 경매에선 감정가 5억1000만 원의 103% 수준인 5억2678만 원에 최종 낙찰됐다. 2일에는 성남지법 경매 4계에서 진행된 하남시 풍산동 ‘미사강변동원로얄듀크’ 전용 84㎡ 경매에도 응찰자 17명이 몰려 낙찰가율 99% 수준인 9억5700만 원에 낙찰가가 결정됐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학회장)는 “경기 핵심지는 최근까지 서울과 달리 집값이 횡보 수준을 보였고, 이에 시장에선 지금 시세가 저점이라는 인식이 어느 정도 굳어졌다”며 “여기에 대출 규제 등을 앞두고 금리 부담이 더 커지기 전에 움직이자는 실수요자의 판단과 금리 인하에 따른 이자 부담 축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서울을 넘어 경기 핵심지에서 집값이 우상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