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자사주 소각 의무화 부담 의식
공개매수 주관사 수익↑…추가 딜 확보도

최근 자발적 상장폐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후 자사주 소각 의무화와 상법 개정안 등 자본시장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흐름에 따라 상장폐지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공개매수를 주관하는 증권사들의 수익도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공개매수를 기업은 잉글우드랩·대유·쏘카·한솔피엔에스·케이씨텍·텔코웨어·드림어스컴퍼니·신성통상 등 8개사이다. 이중 자발적 상장폐지를 위해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회사는 한솔피엔에스, 텔코웨어, 신성통상 등 3개사다.
신성통상은 1대 주주와 2대 주주인 비상장사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이 다음 달 9일까지 주당 4100원에 발행주식 총수의 16.13%를 사들일 예정이다. 공시에서 "회사의 지배구조 안정과 경영 효율성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염태순 회장 일가가 오너 중심의 경영권을 완전히 확보하고, 외부 주주의 영향력을 최소화해 가업 승계를 마무리하려는 목적이 크다고 해석하고 있다. 앞서 신성통상은 지난해 6월에도 상장폐지를 추진했지만, 공개매수 가격이 너무 낮다는 투자자들 반발에 불발됐다.
전날 공개매수를 마친 텔코웨어는 발행주식 총수의 25.24%를 확보하는 게 목표다. 공개매수 결과는 다음 날 발표될 예정이다. 텔코웨어는 상장사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투자자와 회사 모두에게 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상장폐지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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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잇따른 자발적 상장폐지 움직임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 등 제도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소액주주 권리 강화와 집중투표제 도입 등 상장사 대주주에 불리한 내용인 만큼 제도가 바뀌기 전 상장폐지를 통해 부담을 덜려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공약한 자사주 소각 의무화 제도도 상장사에게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자사주를 소각하게 되면 전체 주식 수가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외부 주주들의 지분율과 의결권 비중이 높아져 대주주에게 불리할 수 있다. 또 자사주는 의결권은 없지만, 제 3자에게 매각해 우호 지분을 형성하는 데 쓸 수 있다.
자발적 상장폐지가 늘어나면서 공개매수를 주관하는 증권사들의 수익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새로 진행되는 공개매수 8건 중 6건은 NH투자증권이 맡는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각각 1건씩 주관했다. 특히 NH투자증권의 경우 텔코웨어와 신성통상의 공개매수 주관으로만 각각 2억 원에 가까운 수수료를 받을 예정이다.
특히 증권사에는 기업금융(IB) 전반 서비스 기회까지 얻을 수 있다. 해당 딜을 시작으로 인수·합병(M&A) 주관이나 인수금융·상장폐지·지배구조 개편 등 추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상법 개정 등 주주환원 정책이 추진되면서 공개매수가 더 늘어나 증권업계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IB 담당자는 "지난 정부의 밸류업 정책부터 이번 상법 개정안까지 이어지면서 부담을 줄이려는 기업들이 상장폐지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며 "개정안 통과 직전까지 부담을 낮추기 위해 교환사채 발행, 상장폐지나 포괄적 주식교환에 대해 검토하는 사례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