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초연한 뮤지컬이 토니상 작품상 수상한 최초 기록
로봇과의 사랑 그리며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 허무는 판타지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미국 공연계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연출상, 극본상, 음악상, 무대디자인상,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6관왕을 달성했다. 한국에서 창작하고 초연한 뮤지컬이 토니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은 작품상과 연출상(마이클 아던), 남우주연상(대런 크리스), 극본상(박천휴·윌 애런슨), 음악상(작곡 윌 애런슨, 작사 박천휴·윌 애런슨), 무대 디자인상(데인 래프리·조지 리브)을 받으며 6관왕에 올랐다.
수상까지 이어지진 못했지만 편곡상, 의상디자인상, 조명디자인상, 음향디자인상 후보에도 올랐다. 토니상은 미국 공연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린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한국 창작 뮤지컬로는 처음으로 토니상 작품상을 수상하며 K뮤지컬의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지금까지 한국 제작진이 참여한 '위대한 개츠비'(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나 CJ ENM이 공동 제작한 '물랑루즈' 등이 작품상을 받은 사례는 있었지만, 한국에서 초연된 소극장 창작 뮤지컬이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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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해피엔딩'은 근미래 서울을 배경으로, 인간을 돕기 위해 고안된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사랑에 빠지며 벌어지는 판타지적인 서사를 담았다.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허물며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탐색했다는 평가다.
특히 로봇의 사랑이라는 SF 판타지 설정이 인상적이다. 이 같은 설정을 통해 기계와 감정, 정체성과 연민 사이의 경계를 섬세하게 조명한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국내는 물론 해외 관객들까지 사로잡았다.
2014년 우란문화재단 개발 지원작으로 선정된 '어쩌면 해피엔딩'은 2016년 국내 초연했다. 지난해까지 대학로에서 300~400석 규모 소극장에서 다섯 시즌 공연됐다. 이후 지난해 11월 뉴욕 맨해튼 벨라스코 극장에서 정식 개막하며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박천휴 작가가 극본을, 윌 애런슨 작곡가가 음악을 담당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극본상과 음악상을 받은 박 작가는 '반딧불이(Fireflies)'로 불리는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윌과 나는 10년간 영어와 한국어로 치열하게 싸워 왔다"라며 "브로드웨이 커뮤니티가 우리를 받아들여 준 것에 정말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또 박 작가는 "한국의 인디팝과 미국 재즈, 현대 클래식 음악, 전통적인 브로드웨이를 융합하려고 노력했다"며 "모든 감성이 어우러진 '멜팅팟'(용광로)과도 같다"며 작품을 소개했다.
이번 성과는 단일 작품의 성공을 넘어 한국 뮤지컬이 세계 무대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음을 입증한 의미 있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뮤지컬협회는 이날 "이번 성과를 계기로 한국 창작 뮤지컬은 더욱 발전하며 해외 진출의 길을 넓히고 K콘텐츠산업의 차세대 주력군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축하의 뜻을 전했다.
앞서 '어쩌면 해피엔딩'은 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69회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에서 뮤지컬 부문 작품상, 연출상, 음악상, 작사상, 극본상, 무대디자인상 등 총 여섯 개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