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 홍콩 선두주자
한국, 후발주자로 추격 나서야
디지털 자산이 투자 자산을 넘어 전략 자산으로 자리 잡으면서 각국이 글로벌 허브 지위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시장 친화적 정책으로 선도국 지위를 공고히 하고, 유럽연합(EU)은 포괄적 규제로 안정성을 추구하는 분위기다. 홍콩은 혁신적 접근으로 아시아 허브를 꿈꾸고 있다.
12일 디지털 자산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시장 친화적이고 혁신 중심의 정책으로 글로벌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지난해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5월에는 이더리움 ETF를 승인한 것이 대표적이다. 10일(현지시간) 더블록에 따르면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누적 거래량은 출시 18개월 만에 1조 달러(1370조 원)에 근접하며 입지를 공고히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 기간부터 미국을 세계의 암호화폐 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취임 후에는 전략적 비트코인 준비금 설립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스테이블코인 규제 정비에도 나섰다.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 통과를 지원하며 허가 받은 기관만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24년부터 디지털 자산 규제 기본법안 미카(MiCA)를 단계적으로 시행하며 포괄적 규제 프레임워크를 완성했다. 미카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스테이블코인 등 모든 디지털 자산을 대상으로 하는 규제로, 27개 회원국에 통일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기존 금융 서비스 관련 법령의 적용을 받지 않는 디지털 자산의 발행 및 거래에 관한 투명성과 공시의무 등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에 관해서는 엄격한 준비금 요건과 발행 및 운영 제한 조치를 도입했다. 발행자는 유럽은행감독청(EBA) 등 규제 기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항상 충분한 준비금을 보유해야 한다. 미카는 국가별로 상이했던 입법 체제를 통합하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금융 안정성을 도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AI 추천 뉴스
홍콩은 글로벌 시장과 비교하면 규모는 작지만, 디지털 자산의 글로벌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다양한 혁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비트코인 ETF와 이더리움 ETF를 각각 3개씩 상장시켰는데, 이더리움 ETF는 미국에도 관련 상품이 없었던 시점이어서 특히 주목받았다.
홍콩 디지털 자산 시장의 특징은 혁신적 접근법과 꾸준한 법제화다. 현물 설정·환매 방식(인-카인드)을 허용하고, 이더리움 ETF에 스테이킹(디지털 자산 예치)을 허용하는 등 새로운 시도에 적극적이다. 지난달 21일에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 라이선스 제도를 도입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8월부터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는 새로운 법이 시행된다.
한국은 글로벌 디지털 자산 허브 경쟁에서 후발주자 위치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됐지만,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금지돼 있다. 자본시장법상 ETF의 기초자산에 비트코인이 포함되지 않아 비트코인 ETF 발행, 상장, 중개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단기적으로는 2단계 가상자산 입법 완료와 현물 ETF 도입 검토, 원화 스테이블코인 정책 방향 설정이 시급하다. 중기적으로는 기관투자자 참여 확대와 세제 정비, 글로벌 표준 부합이 필요하며, 장기적으로는 디지털 금융 허브 구축 및 건전한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