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 블란쳇 등장, 미국판 오겜 가능성 '일축'
"이정재, 헌신적으로 작품 임해줘서 감사했다"

30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난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 게임' 시즌3의 호불호 논란에 관해 "시즌1 때는 기대감이 없었다. 시즌2, 3은 일단 기대감이 있고 (시청자들이) 원하는 게 다 다르다"라며 이같이 말문을 열었다.
이어 "게임의 흥미를 기대하는 분, 사회적 메시지를 기대하는 분이 있다"라며 "또 자기가 응원하는 캐릭터에 대한 바람이 있는데, 시즌3에서는 모두 죽기 때문에 거기서 느끼는 배반감이 컸을 것"이라고 전했다.
총 6부작으로 구성된 시즌3는 각자의 목적을 안고 다시 게임에 뛰어든 기훈(이정재)과 정체를 숨긴 채 게임에 참여한 프론트맨(이병헌) 그리고 극악무도한 생존 게임 속에서 살아남은 참가자들의 최후를 담았다.
공개 이후 본연의 잔혹한 매력을 발휘하며 강렬한 한 방을 선사했다는 호평과 상상력이 부족하고 캐릭터들이 일차원적이라는 혹평이 극명하게 갈렸다. 특히 기훈이 준희(조유리)가 낳은 아이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장면이 다소 뜬금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관련 뉴스
이에 대해 황 감독은 "막연하게 해피엔딩을 생각했다. 기훈이 살아서 미국의 딸을 만나러 가는 엔딩이었다. 그러나 집필을 시작하며 생각이 변했다"라며 "미래를 상징하는 아이를 살리는 것에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담겼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경제적 위기와 불평등, 자국 이기주의와 기후 재난 등 갈수록 살기가 힘들어지는 세상에서 미래 세대를 위해 기성세대인 기훈이 희생하는 결론으로 도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황 감독의 설명이다.
시즌3에서 기훈의 행동이 답답하고, 진취적이지 못하다는 의견에 관해서는 "한 사람의 영웅이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물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라며 "애초에 그는 특별한 능력을 갖춘 인물이 아니다.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바로 이번 결말"이라고 전했다.

금자(강애심)가 아들인 용식(양동근)을 공격하는 장면을 두고 현실적이지 않아 몰입이 떨어진다는 평가에 관해서는 "어머니가 아들 대신 희생하는 전개를 생각했을 것 같다"라며 "자기 눈앞에서 살인을 저지르려는 아들을 막으려는 거로 봐주길 바랐다"라고 설명했다.
준호(위하준)가 게임이 벌어지는 섬을 찾는 과정이 서브플롯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의견에는 "처음엔 준호가 섬에 도착해 기훈과 함께 게임을 끝내는 모습을 생각했다"라며 "그 방향이 바뀌면서 도착 타이밍이 늦어졌다. 준호가 어떻게든 형과 대면할 수 있기를 원했다"라고 답했다.
한편 시즌3 마지막에는 '딱지 우먼'으로 케이트 블란쳇이 등장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미국판 '오징어 게임'이 나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황 감독은 "기훈의 죽음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했다. 그다음은 이제 없어졌다"라며 속편 제작 가능성을 차단했다.
황 감독은 "6년 전부터 대본을 썼는데, 시즌1 때는 기대가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 너무 큰 성공을 거뒀다"라며 "시즌2와 3은 너무 큰 기대가 있었고, 어쨌든 다 끝냈으니까 짐을 내려놓은 거 같아서 홀가분하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훈이 떨어지던 날의 촬영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라며 "배우(이정재)도 성기훈의 마지막 엔딩에 몰입하려 최선을 다했고, 저도 그랬다. 이게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시즌1부터 함께한 이정재에 대해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술을 딱 한 번 마셨다. 그 정도로 헌신적으로 작품에 임해주셨다"라며 특별한 고마움을 전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관해서는 "요새 극장이 너무 어렵다 보니 겁난다"라며 "영화를 만들어서 흥행한다는 보장도 없고, '황동혁이 만들어도 안 되네'라는 인식이 생길까 부담도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