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재원 마련을 위한 지출 구조조정 과정에서 전기·수소차 보조금 등 무공해차 예산 약 5300억 원을 감액했다. 업황 부진 등으로 올해도 전년에 이어 대규모 불용이 불가피해서다. 때문에 일각에선 내년도 무공해차 예산 논의 과정에서 대폭 삭감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환경부는 추경에 따른 관련 예산 감액과 내년 예산 규모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2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내수 부양 목적의 30조5000억 원(세입경정 10조3000억 원 포함) 규모 2차 추경안에서 재원 조달을 위한 지출 구조조정은 5조5000억 원 수준으로 이뤄졌다. 이 중 감액된 환경부 예산은 총 5473억 원(9.6%)으로 총감액을 기준으로 10%에 육박한다.
세부적으로 2조2436억 원 규모의 무공해차 보급예산(전기차 보조금 1조5218억 원·수소차 7218억 원)은 4672억5000만 원(20.8%) 감액됐다. 다음으로 8301억 원 규모의 무공해차 충전기 인프라 구축 사업(전기차 충전기 6238억 원·수소차 1963억 원)도 630억 원(7.6%) 감액됐다. 스마트하수도 관리체계 구축·운영 사업과 하수처리수 재이용사업도 각각 100억 원·70억 원 규모의 감액이 이뤄졌다. 환경부 총감액 중 무공해차 예산(5302억5000만 원)만 97%에 달한다. 전체적으로는 물사회기반시설 확충 등 9개 사업에 2437억 원 증액되면서 3035억5300만 원 수준의 감액이 이뤄졌다.
무공해차 예산 감액은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 화재 사건 등에 따른 판매 부진으로 편성된 예산이 하반기에 많이 쓰이지 않을 것이 유력해지면서 이뤄졌다. 앞선 1차 추경에서 가용재원을 대거 소진한 상황에서 새 정부의 내수 진작용 첫 추경이 추진되면서 국채 발행을 최소화를 위한 감액 대상으로 지목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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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무공해차 예산은 작년에도 대규모 불용이 발생했다. 지난해 전기·수소차 보조금 예산 1조7340억 원·5714억 원 중 각각 5590억 원(32.2%)·2390억 원(41.8%)의 불용이 났다. 무공해차 충전기 인프라 사업도 작년 예산을 거의 다 쓴 수소차 충전기(1817억 원·불용 18억 원) 외에 전기차 충전기 예산은 4365억 원 실제 집행된 예산은 2992억 원으로 1373억 원(31%)의 불용이 났다. 이러한 수치는 재정당국의 올해 불용 예상치 추계에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기류가 내년도 무공해차 예산 규모에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업계와 정치권 일각에선 매년 발생하는 큰 폭의 불용을 의식해 대당 보조금을 인상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환경부는 현재 가동 중인 국정기획위원회에서 뚜렷한 정책 방향이 결정되기 전까지 무공해차 주행거리 확대·충전 속도 개선 등 업계 기술 혁신에 따른 정부 인센티브를 늘리면서 보조금 단가는 줄여가는 기존 정책 기조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추경에 따른 예산 삭감도 내년 예산과 당장은 상관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올해 무공해차 사업은 캐즘, 화재 등으로 시장이 둔화된 상황에서 하반기 집행이 불가능한 예산만 감액했다"며 "정부는 지속적으로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번 감액은 현 정부의 무공해차 정책 기조와 무관하다. 당장 보조금 등을 줄인다는 시그널이 아니라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동차 업계에도 기술 혁신으로 단가를 낮추라고 이야기해왔고,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 보조금 단가도 조금씩 낮출 계획"이라면서도 "내년에 보조금을 늘릴지, 유지할지, 줄일지는 새 정부 국정위가 논의할 일이기 때문에 정리가 되면 그에 맞춰서 정책이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