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중국만 채굴·가공 기술 확보

“희토류 원소채굴은 국가안보의 문제다. 중국은 전략광물의 세계시장 대부분을 통제하고 있고, 미국이 전략광물자원을 중국에 의존한다면 ‘메이드 인 아메리카’의 미래를 건설할 수 없다.” 2022년 3월 미국 전략광물 화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한 애기다. 90일간 미·중 관세전쟁이 휴전에 돌입했지만 희토류를 두고 양국 간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약속한 희토류 수출통제를 풀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항공기엔진, 특정화학물질의 대중국 수출금지로 대응하며 중국을 압박했다.
최근 양국 정상 간 전화 통화가 성사되면서 희토류를 둘러싼 양국 간 충돌이 부분적으로 해소되겠지만 향후 미국의 대중국 제재에 따라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는 여전히 유효하다. 희토류는 종류와 용도에 따라 크게 광학유리·영구자석·전기차 모터 등에 사용되는 경(輕)희토류, 컬러TV 적색형광체·원자로 제어제·풍력발전 터빈 등에 사용되는 중(中)희토류, 그리고 최첨단 의료장비·반도체·첨단무기 등에 사용되는 중(重)희토류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경희토류는 중(重)희토류에 비해 부존량이 10배 이상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요한 것은 중국이 독점하고 있는 중희토류가 없으면 미국의 군사시스템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미의회조사처 자료에 의하면 F-35 스텔스전투기에 대략 417kg, 이지스함 2359kg,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4172kg의 중희토류가 소요된다.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미국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희토류는 원래 미국이 주도한 시장이었다. 1940~1950년대에는 브라질과 인도에서 희토류가 주로 생산되었고, 1960년대 이후 1980년대까지 미국이 희토류 시장을 장악했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부터 중국이 희토류 생산을 확대하면서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중국이 사실상 희토류를 독점하고 있다. 중국의 저렴한 희토류 가격공세와 채굴·제련과정에서 일어나는 환경오염 문제로 미국 마운틴패스 희토류 광산이 문을 닫으면서 중국이 글로벌시장을 장악했다. 첫 번째 희토류의 역설이다.
두 번째 희토류의 역설은 매장량을 넘어 중국이 희토류 가치사슬 전 공정을 장악하면서 제3자가 진입하기 어려운 산업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희토류가 매장되어 있는 나라는 많지만 추출과 정제가 어렵다. 미지질조사국의 글로벌 희토류 매장량 자료를 보면 2022년 기준 중국(36.7%)이 가장 많긴 하지만 베트남(18.3%), 러시아(17.5%), 브라질(17.4%), 인도(5.8%), 호주(3.3%)를 중심으로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북한에도 엄청난 희토류가 매장되어 있다는 보고서가 발표된 바 있고, 한국에도 희토류가 매장되어 있다.
미국 금융서비스기업인 S&P글로벌에 의하면 매장량을 발견하고 희토류의 신규 광산이 가동되기까지 평균 18년이 걸린다. 매장량을 넘어 채굴·추출·정제·합금화와 영구자석과 같은 완제품 제조에 이르기까지 희토류 가치사슬 전 공정을 할 수 있는 축적된 고도의 기술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나라가 중국이 유일하다. 베트남과 러시아의 희토류 매장이 풍부하지만 채굴기술과 설비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 단시일 내 희토류 생산을 확대하기 어렵다. 2018년 일본도 해저에서 희토류 1600만t을 발견했고, 채굴·가공기술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발표했지만 역시나 제자리걸음이다.

또한 광물 내 유용한 성분의 함량, 즉 희토류의 품위가 높아야 경제성이 높다. 희토류가 들어있는 광물은 200종 이상이지만 실제 품위가 높아 첨단산업과 방위산업에 사용될 수 있는 광석은 모나자이트와 바스트나사이트, 제노타임, 이온흡착토 등 4개 정도다. 희토류 광산이 발견되어도 품위가 떨어지는 희토류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막대한 자본 투입이 쉽지 않다. 또한, 희토류 생산과정 중 발생하는 심각한 환경오염으로 매장량이 풍부한 국가라고 하더라도 희토류 생태계에 진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희토류 산화물 1t을 얻기 위해서 약 1.4t의 방사성 폐기물, 20만L의 산성폐수가 발생한다. 희토류 17종 원소는 물리적·화학적 성질이 비슷해 대부분이 서로 혼합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분리 정제가 쉽지 않다. 희토류 원광 안에는 여러 희토 원소가 낮은 농도로 있어 분리, 농축을 위해서 황산·암모니아·불소 등을 이용해 복잡한 화학 처리공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양의 유독가스도 발생한다. 제3자가 진입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다. 미국 및 전 세계가 환경오염 등의 이슈로 주춤거리는 사이 중국은 해외 외국광산을 발 빠르게 사들였고, 낮은 정제비용을 무기로 해외에서 채굴한 희토류를 공급받으면서 희귀광물자원의 지존이라는 희토류 생태계를 장악하게 되었다.
‘美 반도체-中 희토류’ 사활 건 싸움
일찌감치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를 예상했던 미국·호주·일본 등은 희토류 생산 확대와 수입 다변화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했다. 결국 경제효율성과 환경오염, 첨단 제련·가공기술의 한계로 중단되었거나 방치해둔 상태다. 미국은 2010년 핵심소재전략법을 제정해 국가 희토류산업에 집중 지원하고 있고, 유럽연합(EU)은 2011년부터 희토류를 핵심 희귀자원 목록에 추가하며 중국의존도를 낮추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일본도 2010년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중국의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금지 이후 중국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채굴기술의 고도화, 희토류 대체용의 신소재 개발, 친환경 정련기술 개발, 희토류 재활용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중국의존도가 높다. 테슬라도 희토류가 없는 영구자석을 개발하고 있다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실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2기에서 그린란드 매입과 우크라이나와의 광물협정 등 희토류 중국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지만 단시일 내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희토류 매장량 역설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현재 미국은 희토류의 80%를 중국에서 직접 수입하고, 나머지는 중국에서 만들어진 희토류가 다른 나라를 경유해 미국에 간접적으로 수입되는 구조다. 중국이 희토류를 통제할 경우 단시일 내 중국산 희토류를 대체할 방법이 없다. 미국이 조급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국 반도체와 중국의 희토류가 치열한 힘겨루기를 이어갈 것이다. 공격의 주도권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는 형국이다. 양국 간 대립과 충돌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중국경영연구소장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2010년) 및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 및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알테쉬톡의 공습>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