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덕 삼성증권 캐피탈마켓(CM)본부장은 지난 13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증권 IPO 하우스의 강점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삼성증권 IPO를 이끌고 있는 이 본부장은 회계사 출신이다. 첫 사회생활을 삼일회계법인에서 했다. 회계는 비즈니스 언어로, 이를 모르면 자본시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에 시작한 일이다. 이후 2007년 삼성증권에 합류해 자금조달 및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커버리지와 IPO 경험을 쌓고 2023년 CM본부장으로 부임했다.
증권사 IPO는 네트워크 경쟁이 치열해 관련 업계에 오래 몸담은 '정통 투자은행(IB)맨'이 본부 수장을 맡는 경우가 많지만, 이 본부장은 독특한 이력으로 시작부터 주목 받았다. 그는 "숫자만 보다 보면 산업이나 거버넌스, 기술 등 숫자 이면의 것을 못 보게 된다"며 "상장하는 회사들은 IPO가 끝이 아닌 시작이기 때문에 회계사와 커버리지 경험을 살려 '생애주기형 IPO'를 하려 한다"고 말했다.
남다른 경험을 갖고 있는 건 이 본부장 뿐이 아니다. 현재 47여 명으로 구성된 삼성증권 IPO 하우스는 회계사를 비롯해 수의사와 애널리스트, 바이오 전문가 등 출신이 다양한 인력으로 채워졌다. 이 본부장은 "기업을 발굴하거나 분석할 때 각자 갖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학문적인 접근을 더 잘할 수 있고 투자자들에게도 기업을 더 쉽게 이해시킬 수 있어, 시너지가 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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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하우스의 핵심 역량 중 하나로 '조직력'을 꼽은 그는 조직원 각자가 최대 역량을 발휘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IPO는 혼자서는 할 수 없어서 결국은 좋은 인력을 조직력으로 바꿔야 한다"며 "커뮤니케이션과 브레인스토밍을 많이 하고 워크숍을 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소통을 중시하는 이 본부장의 태도는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 특히 나타난다. IPO 딜(deal) 수임 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기 전 사전 기업설명회(NDR; Non-Deal Roadshow) 등을 진행, 발행사와 시장이 납득할 만한 적정 가치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IPO 프로세스 상 가격 최종 결정은 투자자들이 한다"며 "합리적인 밸류에이션을 위해 투자자들이 기업을 어떻게 보고 있는 지를 빨리 파악하고, 그에 따라 장단점을 보완해 에쿼티 스토리(상장 청사진)를 만들어 간다"고 말했다. 이어 "최종 계산은 IPO 하우스에서 하지만, 보다 정교한 밸류이에션 산정을 위해 내부적으로 애널리스트한테 의견을 묻거나 벤처캐피탈(VC)협회 등 각종 기관에서 여는 산업 세미나에 참석해 시장 니즈를 파악한다"고 덧붙였다.
삼성그룹 내 계열사가 많다는 이점도 적극 활용한다.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생명 등 각 분야 선두 회사들이 그룹사로 있어 기업의 상장 전후를 모두 관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삼성증권 IPO하우스는 테크와 금융, 바이오 분야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사업 이해관계상 대어급 주관 경쟁에서 불리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 본부장은 "대기업들이 하는 사업이 겹치는 부분이 있어 관계회사 딜은 수임하기 어렵다"며 "전체적인 리그테이블은 작년과 재작년 계속 4~5등이었지만 공정한 운동장 즉, 코스닥 리그테이블만 두고 보면 연속적으로 2등 정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정한 운동장 내에서는 탑3 안에 안착하고 싶다. 올해 최소 10건 이상 IPO를 하는 게 목표인데,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올해 가장 많은 IPO를 하는 해가 될 것이라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삼성증권은 삼성스팩10호를 비롯해 테라뷰와 닷, 더핑크퐁컴퍼니, 세레신 등 상반기 진행 중인 IPO만 7건이다. 이 중 테라뷰와 세레신은 각각 코스닥시장 상장에 나서는 최초의 영국, 미국 기업으로 업계 관심이 크다. 이 본부장은 "외국기업은 문화도 다르고 심사 준비 기간도 길어 헌신하는 마음가짐과 끈기가 없으면 하기 어려운 딜"이라며 "나름대로 국위선양을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하고 있어 이들 IPO를 완주시키는 게 또 다른 목표"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앞으로 K-소비재 섹터로도 보폭을 넓힐 계획이다. 그 시작으로 지난해 9월에는 조 단위 기업가치가 예상되는 뷰티기업 비나우 단독 주관 지위를 확보했고, 미미박스와 패션편집샵 웍스아웃 주관사에도 기용됐다. 이 본부장은 "아무리 제품이 좋더라도 마켓 사이즈 자체가 작으면 성장 가능성이 크지 않아 시장이 큰 사업군에 있는 기업에 관심이 간다"며 "반도체나 인공지능(AI)외 화장품, 패션 시장은 기본적으로 이익이 날 수 있다고 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