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정원 30명 개정안 의결...4명씩 4년간 16명↑
“대법관 업무 과중” vs “하급심 예측성 떨어질 우려”
‘재판소원’ 뜨거운 감자…헌재 공감·대법 우려 ‘입장차’
이재명 정부는 ‘사법 개혁’을 주된 국정 과제로 꼽고 있다. 큰 틀에서는 ‘재판받을 권리 강화’를 내세운다. 집권에 성공한 여당이 다수당이어서 국회가 ‘여대야소’ 구도인 관계로 국정 추진동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새 정부는 대법관 정원 확대를 정책 과제로 포함했다. 이를 통해 재판 절차의 신속성을 제고해 국민의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국민참여재판 등 사법 기능에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기회를 넓히고, 판결문 공개 범위를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민 주권 정부와 일맥상통하는 정책 과제들이 채택된 상태다.
우선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대법관 수를 현재 14명에서 그 이상으로 증원하는 방안이 추진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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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 민주당 의원 등 14명은 지난달 2일 대법관 수를 기존 14명에서 30명으로 증원하는 내용을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제안했다. 이에 더해 장경태 의원 등 10명은 같은 달 8일 대법관 정원을 100명으로 증원하는 개정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는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이 공식 확정된 이달 4일 이들 두 법률안을 폐기하고 대안으로 30명까지 증원하는 개정안을 의결했다.
공포 이후 해마다 4명씩 4년 동안 16명의 대법관을 충원하게 되는데, 해당 법안이 연내 실제 시행된다면 이 대통령은 재임 기간 16명 전원을 새로 임명할 수 있다.
법사위는 제안 이유로 최근 5년간 평균 대법원 본안 사건 접수 건수가 매년 4만4000건, 특히 2022년에는 5만2480건을 초과해 대법관 1인당 연간 약 3600건에 달하는 사건을 처리해야 할 정도로 업무가 과중하다고 설명했다.
대법관을 늘림으로써 대법관들이 개별 사건에 충분한 시간과 역량을 투입할 수 있게 하고, 사회적 다양성이 반영된 대법원 구성을 가능케 함으로써 대법원의 심리 충실성과 사회적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한다.

이와 함께 국민의 사법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국민참여재판 배제 요건을 엄격히 규정하고, 국민참여재판 대상을 넓히겠다는 방침이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4월 14일 대표 발의한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에 따르면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선고된 경우 검사의 항소를 제한하는 한편, 일부 민사 사건까지 국민참여재판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사법 투명성을 제고하고 국민의 재판에 대한 감시와 비판 기능을 보장하기 위해 판결서 공개를 지금보다 확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온라인 재판’을 실시해 국민이 사법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우윤근 법무법인 광장 고문 변호사는 “대법관 증원의 경우 대법원 구성 다양성과 사건 처리 신속성이 전반적으로 제고될 수 있는 반면, 대법원 역량과 판례 지도력 약화로 인해 하급심의 사건 처리 능력 및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업으로서는 판례 변경과 소송 관행 변화를 정확히 파악해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며 “기업 관련 중요 재판에 대해 배심원에 의한 재판이 필수적인 사항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음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우 고문은 17‧18‧19대 3선 국회의원으로 법사위원장, 정책위 의장, 원내 대표 등 주요 직책을 역임한 뒤 국회 사무처를 총괄하는 국회 사무총장(장관급)과 주 러시아 대한민국 특명 전권대사직을 수행했다.

이 대통령 공약 사항은 아니지만 대법관 증원 못지않게 사법 개혁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슈가 ‘재판소원’(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 도입 여부다.
정진욱 민주당 의원 등 34명은 지난달 7일 헌법소원에 관해 규정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 중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이라는 부분을 삭제, 재판소원 제도를 도입하는 헌재법 개정안을 제안했다.
헌법소원 심판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청구하지만, 다른 법률에 구제 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야 비로소 청구할 수 있다.
재판소원은 법원 재판을 헌법소원 심판 대상인 공권력 행사로 인정해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재판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했는지 다시 심판하는 제도를 말한다. 하급심 법원의 재판에 대해서는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으므로 결국 재판소원의 대상은 대법원 판단까지 받아 확정된 판결이다.
재판소원은 대법원과 헌재 입장 차이가 크다. 대법원은 사실상 4심제가 도입된다고 지적하는 반면 헌재는 국민 기본권 보호 차원에서 취지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