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과 핵협상 타결 확신 줄어”
이란, 반격 위협…“이스라엘, 작전 준비 태세”
국제유가, 공급 불안 우려에 4% 이상 ↑

1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이날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미국대사관에 비필수 인력과 그 가족들의 철수를 명령했다. 바레인과 쿠웨이트 대사관에도 같은 지시가 내려졌다. 이라크에 대한 여행 경보 수준은 ‘여행금지’를 의미하는 최고 등급인 4단계로 상향했다.
미 국방부도 이날 중동에 거주하는 군인 부양가족의 자발적 출국을 승인했다.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이란과의 핵 협상이 결렬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미국은 4월부터 오만의 중재로 이란과 다섯 차례 핵 협상을 했으며 지난달 31일에는 처음으로 공식 협상안을 전달했다. 하지만 조만간 있을 6차 협상에서 타결이 쉽지 않은 것은 물론 불발될 우려까지 제기된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국무부 발표 몇 시간 전에 팟캐스트에서 이란과의 핵 협상 가능성에 대해 “확신이 줄었다”고 밝혔다.
미국은 핵무기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란은 원자폭탄을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민간 에너지 생산을 위한 평화적인 목적으로 핵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우라늄 농축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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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동에서의 대피 배경에 대해 기자들에게 “위험한 곳이 될 수 있어서 빠져나오고 있는 것”이라며 “이란은 절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란도 강경 기조로 대응하고 있다. 아지즈 나시르자데 이란 국방장관은 이날 “중동 내 모든 미군 기지가 사정권에 있다”면서 “미국과의 핵 협상이 실패하고 충돌이 발생하면 과감하게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군은 이라크, 쿠웨이트·카타르·바레인·아랍에미리트(UAE)에 기지를 두고 있다. 이중 이라크는 중동에선 드물게 미국뿐 아니라 이란과도 협력하는 국가로, 미군 병력 약 2500명과 더불어 이란 혁명수비대도 주둔하고 있다.
이란에 적대적인 이스라엘도 중동의 긴장도를 높이고 있다. CBS방송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작전을 개시할 준비를 마쳤다고 미국 당국자에 통보했다. 핵협상이 결렬되면 이란 핵 시설을 직접 타격하겠다는 계획으로 무기를 이동시키고 작전 실행을 위한 공군 훈련도 완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동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는 4% 넘게 급등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일 대비 4.88% 뛴 배럴당 68.15달러에 마감했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8월물 브렌트유는 4.34% 상승한 배럴당 69.77달러로 집계됐다. 각각 4월 2일과 3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프라이스퓨처스그룹의 필 플린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이 정도로 큰 지정학적 리스크를 예상하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