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눈높이는 7만 원대 다수

국내 증시에 따라 반도체주 상승 랠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장주 삼성전자도 6만 원대로 올라서며 '8만전자'(삼성전자 주가 8만 원)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회복세, 그리고 인공지능(AI) 수요 확대가 맞물리면서 투자심리가 살아난 모습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00% 내린 5만9200원에 마감했다. 이날 6만 원으로 출발해 소폭 조정 받은 모습이지만 삼성전자는 최근 7거래일 연속 상승해 이달 들어서만 5% 가까이 올랐다. 전날에는 6만400원까지 오르며 3월 28일 이후 약 두 달 만에 '6만 전자'도 회복했다.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관련 종목들로 구성된 'KRX 반도체' 지수도 이달 들어 8.0% 상승했다.
이 같은 주가 상승세엔 이재명 정부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지원 정책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 제1호 공약으로 반도체 산업 지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세계 1등 반도체 국가를 만들겠다"면서 반도체 기업 대상 보조금과 세제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반도체특별법을 신속하게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대선 기간 공약을 통해서도 AI 등 첨산전략산업에 100조 원을 투자하고 국산 AI 반도체 중심 생태계를 조기에 확립하겠다고 했다. 취임 이틀 만에 대통령실에 AI 미래기획수석실을 설치하기도 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다시 삼성전자를 담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 주식을 7624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4월과 5월 두 달 간 각각 2조 원, 1조 원 넘게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했던 것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특히 삼성전자 자체 기술 경쟁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투자 심리를 회복시킨 요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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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그동안 난항을 겪었던 1cnm D램의 수율이 개선되기 시작했고 엔비디아와 AMD향 고대역폭메모리(HBM)3e 12hi 제품의 양산 테스트도 아직까지 큰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아직 속단하긴 이르지만 그간 실망스러웠던 결과를 받았을 때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 반도체 업황이 재고 조정, 컨슈머 수요 둔화, AI 설비투자(CAPEX) 조정 등으로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삼성전자는 기술 경쟁력 회복에 따른 주가 차별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도체 업황도 나쁘지 않다. 하반기로 예상되는 D램 업황 둔화는 단기간에 그치고 낸드플래시 가격 반등세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2분기 낸드 가격은 미국 관세에 따른 선행 구매 수요, 중국 정부 보조금 및 제조사 감산 등 복합적 영향으로 반등했다"며 "3분기에는 엔비디아 블랙웰 신제품의 본격 출하와 함께 AI 서버 투자 확대가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를 견인, 3분기 SSD 가격은 5~10%의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다만 기대했던 8만 전자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전망이다. 최근 한달간 삼성전자 투자 리포트를 제시한 15곳 증권사 중에서 적정주가를 8만 원 이상으로 제시한 곳은 키움증권(8만 원), 하나증권(8만4000원), 미래에셋증권(8만 원) 3곳에 그친다. 이민희 BNK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더딘 실적 개선과 HBM 생산 축소를 반영해 목표주가를 6만9000원으로 기존 대비 4.3% 하향 조정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고대역폭메모리(HBM)의 본원적 경쟁력 상승을 확인하지 못한다면 박스권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