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라이선스 계약을 통한 성과를 가시화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자체 개발 기술을 이전해 대규모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수령하고 해외 진출을 위한 초석도 다지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2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바이오텍들이 다국적 제약기업으로부터 기술료를 수령하면서 경영 실적이 눈에 띄게 성장했다. 유망 신약 후보물질이나 약물 플랫폼 기술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은 향후 개발 단계별로 기술료를 수령해 지속적인 대규모 현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파트너사와 협업 및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경우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과 노하우도 쌓게 된다.
알테오젠은 올해 3월 아스트라제네카에 항암제 3종 및 정맥주사(IV) 치료제를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바꿔주는 기술 ‘ALT-B4’을 수출했다. 이에 올 1분기 영업이익 약 610억 원, 매출은 약 837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알테오젠 역대 분기 최대 실적으로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3.5%, 139.8% 증가한 수치다.
극적인 실적 향상은 아스트라제네카로부터 수령한 기술수출 계약금과 ALT-B4 공급에 따른 매출이 인식된 효과다. 알테오젠은 아스트라제네카에 항암제 3종에 ALT-B4를 독점적으로 사용할 권리를 부여하면서 계약금만 4500만 달러(약 618억7050만 원), 총 규모 13억5000만 달러(약 1조8558억4500만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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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비엘바이오 역시 지난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체결한 뇌혈관 장벽(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 기술 수출 계약금을 최근 수령했다. 규모는 약 739억 원으로, 해당 금액이 반영될 2분기 실적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에이비엘바이오와 GSK는 퇴행성뇌질환 신약 개발을 목표로 최대 20억6300만 파운드(약 3조8143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최대 7710만 파운드(약 1425억 원) 규모의 계약금(739억 원)과 단기 마일스톤을 받게 된다. 또 향후 순 매출에 따른 별도의 로열티를 받을 권리도 확보했다.
최근 기술 수출 계약을 성사시킨 알지노믹스 역시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알지노믹스는 비상장기업으로 최근 일라이릴리와 자사의 독자 기술 ‘트랜스-스플라이싱 리보자임(trans-splicing Ribozyme)’ 플랫폼을 활용한 신규 리보핵산(RNA) 편집 치료제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알지노믹스가 초기 연구개발을 수행하며 릴리는 후속 개발 및 상업화를 담당한다.
릴리가 계약상 모든 옵션을 행사할 경우 총 계약 규모는 약 1조90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알지노믹스는 상업화 매출에 따른 로열티도 별도로 지급받는다. 다만 두 회사 합의에 따라 구체적인 계약금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상반기 국내 바이오텍의 대규모 기술 수출 성과가 이어지면서 하반기까지 시장에 활기가 유지될지 주목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집계한 올해 1~4월 국내 바이오텍의 기술 수출 계약 금액은 총 6조9670억 원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국내 바이오텍의 연간 기술 수출 계약 총 15건에 따른 계약 금액 7조5386억 원의 92%를 4개월 만에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