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명히 ‘좋은 건 본인만 알기’로 배워놓고 레슨을 그대로 이행하지 않은 이들의 잘못을 질책할 시간입니다. 주옥같은 세 번째 레슨 중 맨 처음을 지키지 않은 죄죠. 본인만 알지 않고 만인에게 알린 그 대역죄를 어찌하면 좋을까요.
현재 온갖 릴스와 쇼츠 영상,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점령 중인 유노윤호의 솔로곡 이야기죠. 진지하고 격한 그리고 엄청난 가슴이 두근거리는 그 가사 내용이고요. 알고리즘에 잘못 걸려 매일 레슨을 받는 피해자들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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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발매한 유노윤호(동방신기 멤버)의 한국 솔로 미니 2집 앨범 ‘느와르(NOIR)’의 타이틀곡 ‘땡큐(Thank U)’가 뒤늦게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은 건데요. 완벽한 ‘밈(Meme)’의 결정체, 필요충분조건을 철저히 갖춘 곡이란 평가죠.
오글거리지만 진지한 가사, 그보다 더 진지한 유노윤호, 그리고 모든 걸 완성하는 강렬한 메시지가 모두를 사로잡았습니다.
해당 곡은 유튜버 룩삼의 ‘이상형 월드컵 스토리형 뮤직비디오’ 영상에 언급되면서 사람들에게 인식됐는데요. 앨범 제목대로 배우 황정민과 이정현, 유노윤호가 격한 느와르 연기를 펼치는 뮤직비디오는 룩삼의 격한 리액션을 끌어냈죠.
초반엔 피식피식 실소를 보이던 룩삼이 점점 곡에 스며들며 노래를 즐기기 시작하더니 마지막에는 따라 부르기를 시도했는데요. 그의 모든 리액션이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과 동하며 화제의 영상이 됐습니다. 고퀄의 뮤직비디오와 상반되는 유영진표 B급 가사가 묘한 어울림을 만든 건데요.
이건 첫 번째 레슨/좋은 건 너만 알기/이제 두 번째 레슨/슬픔도 너만 갖기/드디어 세 번째 레슨/일희일비 않기

틀자마자 레슨 시작. 그야말로 유노윤호스러운 가사(하지만 작사가는 유영진). 웃어넘기라지만 웃어넘길 수 없는 엄청난 문장. 기억하고 싶지 않았는데 단박에 기억하게 하는 침투력. 좋은 건 너만 알고 슬픔도 너만 갖고 일희일비도 안 된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소리를 긴장감 있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아준 그의 능력이 놀라울 따름인데요.
이후 유노윤호의 ‘땡큐’ 뮤직비디오와 방송 출연 영상들이 숏폼 콘텐츠로 재생산됐고 엄청난 반응이 몰려왔죠. 그것이 지금에 이른 겁니다.
어느 하나 그저 넘길 수 없는 피해자들의 댓글. 이 밈이 더 강력해질 수밖에 없는 호소 글이 미레슨자들의 흥미를 끌고야 말았는데요. 보지 말라고 듣지 말라고 하면 더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청개구리 심보가 결국 n회차 레슨 수강자들을 대거 양성해냈죠.
야구장 스케지북부터 최근 화제가 된 신지의 결혼 영상까지 이 가르침은 확장력을 자랑했는데요. 첫 번째 레슨이라는 문구가 뜨자마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도 배우는 그의 레슨”이라는 체념 반응도 잇따랐습니다.

이는 앞서 ‘묘한 역주행곡’의 최고점을 찍었던 비의 ‘깡’과 비견되는데요. 2017년 발매한 ‘깡’은 당시에는 그다지 시선을 끌지 못하다가 3년 뒤 부정적인 반응과 조롱 섞인 핀잔을 먹고 성장했죠. 엄연히 따지자면 ‘깡’이란 노래보다 ‘깡 무대’를 꾸미는 비의 모습이 이 열풍의 주된 이유였는데요. 비난이지만 관심, 조롱이지만 사랑이라는 아이러니를 가득 품고 비는 다시 재조명됐습니다.
알고리즘 피해자들은 ‘땡큐’가 ‘깡’을 뛰어넘는 가사라고 입을 모으는데요. 더 놀라운 건 ‘땡큐’는 발매 당시 음악 방송 1위에 당당히 올랐다는 사실입니다. 무려 1위를 한 곡을 알지 못했다는 자신의 무관심 속, 1위임에도 불구 첫 번째 레슨을 지켜준 팬들의 친절함에 박수를 보냈죠.
해당 가사는 주식 송으로도 회자됐는데요. 우량주도 뜨는 주도 오직 너만 알고 설사 실패했더라도 슬픔도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가르침. 거기다 빨간색과 파란색에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격언까지 개미들에게 격한 비수를 꽂았죠. 유노윤호의 가르침에 “혹시 네 번째 레슨은 유료인가요?”라는 질문까지 그 마무리도 완벽했습니다.

이 밈을 방송사도 놓치지 않았는데요. ‘땡큐’가 온라인에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KBS는 4일 유노윤호가 2021년 1월 22일에 KBS 2TV ‘뮤직뱅크’에 출연했던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이건 네 번째 레슨 좋은 건 너만 보기’라는 제목으로 업로드했습니다. ‘감다살’ 직원 덕에 ‘성지순례’ 발길은 더 분주해졌죠. 해당 영상은 8일 오후 4시 현재 59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 중입니다.
국내 대표 음원 플랫폼 멜론에 따르면 이달 3∼5일 ‘땡큐’의 감상자 수는 한 달 전인 6월 3∼5일보다 무려 56배나 증가했는데요. 이 레슨 수강자들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죠.
주인공인 유노윤호조차 이 밈에 동참했는데요. 동방신기 공식SNS 계정도 6일 “레슨 완료”라는 글과 함께 유노윤호가 소속사 후배 라이즈와 함께 ‘땡큐’ 챌린지를 진행한 영상을 공개했죠. 또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호텔에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파인:촌뜨기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유노윤호는 “‘파인’은 첫 번째 레슨, 좋은 건 같이 보기. 두 번째 레슨 좋은 건 함께 하기, 드디어 세 번째 레슨 일희일비하지 않기”라는 가르침을 선사했습니다.
기쁨이나 좋은 일은 함부로 공유하지 말고 오히려 자신만의 것으로 지킬 것, 아픔이나 슬픔은 누군가와 나눌 때 더 외로워질 수 있다는 것, 감정 기복을 줄이고 여러 말에 흔들리지 않을 것. 주식 교본도 인생 공부도 되는 그 레슨, 진짜 ‘네 번째 레슨’을 기대해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