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고강도 대출 규제가 아파트뿐 아니라 비(非)아파트 시장까지 빠르게 냉각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고가 아파트와 대출을 이용한 투자자들을 겨냥한 정책이지만 정작 실수요 중심의 저가 주택 거래까지 함께 얼어붙는 ‘전방위 위축’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서민들의 내 집 마련 통로인 ‘주거 사다리’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본지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서울시 연립·다세대, 단독·다가구,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주택 거래량은 대책 시행 직후 일주일간(6월 28일~7월) 총 29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주(6월 21~27일) 770건 대비 61.9% 감소한 수치다.
유형별로 보면 연립·다세대가 557건에서 196건으로 64.8%, 단독·다가구는 51건에서 12건으로 76.5% 급감했다. 오피스텔 역시 162건에서 85건으로 47.5% 줄었다.
자치구별로는 마포구(60건→15건), 양천구(65건→27건), 은평구(71건→27건), 관악구(31건→7건) 등 비아파트가 많은 주요 지역 모두 거래량이 절반 이상 줄었다. 강남3구 역시 강남구(10건→16건)를 제외한 서초구가 19건에서 2건으로 송파구는 33건에서 9건으로 70~90% 급감했다. 중구·서초·용산·중랑구 등은 해당 기간 거래량이 5건 미만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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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시장에선 6·27 규제로 고가 아파트 매수세가 꺾이면서 비아파트로 수요가 이동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연립·다세대, 단독·다가구 등도 주택법상 ‘주택’으로 분류돼 아파트와 동일하게 규제 대상이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아 실수요가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주일이 지난 결과는 아파트·비아파트를 가리지 않고 전반적인 시장 위축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가 고가 아파트 투자 수요를 겨냥했지만 실제론 중저가 주택을 찾는 실수요자들의 심리까지 광범위하게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번 규제로 인해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6월 들어 이재명 정부 출범 기대감과 불확실성 해소로 인해 아파트는 물론 비아파트 가격까지 상승세를 보였지만 규제가 시행되자 시장이 갑자기 국지화되며 일부 재개발 기대 지역 외에는 매수세가 급격히 줄어든 것이 원인”이라며 “무주택자 중심으로 비아파트 접근이 이어지고는 있지만 대출 제약이 커지면서 이들조차 적극적인 매수를 미루고 있어 실수요마저 관망으로 돌아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아파트는 통상 전세에서 자가로 옮겨가는 서민 실수요자들에게 ‘첫 내 집 마련’의 디딤돌 역할을 해왔다”며 “이런 주택 유형까지 대출 제약을 받게 되면 자산 형성을 위한 초기 단계에서부터 서민들이 진입 자체를 막히게 되는 결과가 된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전입 의무까지 부과되면서 투자 수요에도 제동이 걸렸다. 비아파트 시장을 떠받쳐온 임대 목적의 투자 수요까지 꺾이면서 저가 주택 시장의 급속한 위축은 더욱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이번 규제는 단순한 대출 한도 축소에 그치지 않고 주택담보대출 시 6개월 내 전입 의무까지 부과하면서 투자 목적의 비아파트 매입 자체까지도 어렵게 만들었다”며 “이는 실거주보다는 임대수익을 염두에 둔 수요를 사실상 차단한 조치로 가격대가 낮은 연립·다세대 시장부터 빠르게 얼어붙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