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톡!] AI시대에 떠오르는 ‘IP 전략가’

입력 2025-07-02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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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주 삼성벤처투자 투자심사역·변리사

특허는 공개된 정보다. 그러나 이 방대한 정보를 실제로 활용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국가마다 언어와 형식이 다르고, 기술도 고도화되면서 특허 하나를 제대로 읽으려면 명세서 구조에 대한 이해와 기술적 전문성이 모두 요구된다. 더구나 수천 건의 문서를 검색하고 비교하는 작업은 시간과 인력이 많이 드는 고비용 업무이다. 결국 특허 분석은 대기업과 전문 기관만이 접근할 수 있는 고급 서비스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지금, AI 기술과 결합된 특허 분석 툴이 이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생성형 AI와 의미 기반 분석 기술을 활용하면 전 세계 수백만 건의 특허를 신속하게 정규화하고 시각화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과거에는 사람이 수작업으로 수행하던 선행 특허 조사, 기술 동향 분석, 경쟁사 포트폴리오 추적 등이 하루 만에 완료된다. 스타트업도 대기업 못지않은 특허 분석 역량을 확보할 수 있는 시대다.

많은 이들이 ChatGPT나 Gemini 같은 대형 언어 모델(LLM)로도 이러한 분석이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GPT와 같은 언어 모델은 특허청의 구조화된 데이터에 직접 접근할 수 없고, 수치 기반의 비교나 청구항의 법적 의미 해석 등 정밀한 분석이 어렵다. 특허 데이터는 단순한 텍스트가 아니라 기술 구조와 권리 범위가 얽힌 정형 정보이기 때문에,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특화된 도구가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특허 실무에 특화된 AI 기반 분석 플랫폼과 관련 스타트업들이 국내외에서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의미 기반 검색, 청구항 자동 생성, 경쟁사 분석 등 고도화된 기능을 제공하며 특허 실무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의 가치는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선다. 특허 데이터를 통해 산업 간 기술 트렌드를 예측하고, 기술 공백을 식별하며, 경쟁사의 전략 방향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특허는 단일 기술 이상의 정보를 담고 있다. 출원 시점, 청구항 범위, 인용 관계, 발명자 구성 등은 기업의 의도와 방향성을 암시한다. 이를 정량적으로 해석하면 제품 기획, 시장 진입 전략, 핵심 인력 확보, 연구개발(M&A) 후보 탐색 등에도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그 결과 분석 정보 접근의 문턱은 낮아졌지만 전략을 수립하는 능력의 격차는 오히려 더 중요해졌다. 같은 정보를 보더라도 누가 더 정교하게 해석하고, 빠르게 연결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특허 정보는 더 이상 일부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중소기업, 스타트업, 개인 발명가도 AI의 도움을 받아 기술 흐름을 읽고, 협력 대상을 탐색하고, 회피 설계를 기획할 수 있다.

피터 드러커는 “격변기 최대의 위험은 변화 그 자체가 아니라, 과거의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금 AI를 둘러싼 변화는 분명히 기회지만, 동시에 위기가 될 수 있다. 누구나 특허 분석 데이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대지만, 그 정보를 전략으로 전환하는 능력은 여전히 사람에게 달려 있다. 기술을 읽고 흐름을 파악해 기업의 의사결정에 반영할 수 있는 사람. 앞으로는 이런 ‘IP 전략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고은주 삼성벤처투자 투자심사역·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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