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면 경사구간서도 차량 균형ㆍ견인력 유지
‘록-트랙 HD 풀타임 4WD 시스템’ 인상적
전방 트레일러 카메라로 급경사 가시성 제공
‘강화 플라스틱’ 1열 지붕 탈착 땐 오픈카 변신

한국 최초의 자동차는 1955년 국제차량제작 주식회사가 만든 ‘시발’(始發)이었다. ‘처음으로 출발했다’는 뜻의 이 차량은 폐차된 미국 지프(Jeep)차에서 부품을 떼어내고 폐유 드럼통을 활용해 제작됐다. 지프차는 한국전쟁으로 폐허가된 국내 산악지형 곳곳을 누비며 역사와 함께했다. 지프는 80년 이상의 전설적인 헤리티지를 자랑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브랜드로 동급 최고의 성능, 장인 정신, 4륜 구동 기술력을 자랑한다.
지프 브랜드의 정통 오프로더 감성이 물씬 풍기는 픽업트럭 ‘뉴 글래디에이터 루비콘(New Gladiator Rubicon)’이 경기도 가평군 칼봉산 경반분교 캠핑장을 무대로 진가를 드러냈다. 오프로드 특화 캠핑장으로 꾸며진 현장은 울퉁불퉁한 흙길과 급경사, 개울, 돌밭이 이어지는 험지로, 일반 차량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지형이었다. 하지만 뉴 글래디에이터 루비콘은 마치 자신의 놀이터라도 되는 듯 거침없이 그 길을 헤쳐나갔다.

가장 먼저 인상적인 것은 차량의 기본기다. 뉴 글래디에이터 루비콘은 3.6L 펜타스타 V6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 최고출력 284마력, 최대 토크 36kg·m의 힘을 바탕으로 거친 지형을 힘차게 돌파한다. 오프로드 주행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락-트랙(Rock-Trac) HD 풀타임 4WD 시스템과 전자식 프론트 스웨이바 분리장치, 전자식 디퍼렌셜 잠금장치는 극단적인 오르막과 측면 경사 구간에서도 차량의 균형과 견인력을 완벽히 유지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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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전방 트레일 카메라는 시야 확보가 어려운 급경사 구간에서 탁월한 가시성을 제공했고, 셀렉-스피드 컨트롤 기능은 4L(저속 4륜) 모드에서 운전자가 가속 페달이나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일정 속도로 주행이 가능하도록 도와줘 초보자도 안심하고 오프로드에 도전할 수 있게 한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오픈 에어링이다. 뉴 글레디에이터 루비콘의 1열 지붕은 강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다. 덕분에 차체의 무게중심을 아래에서 잡아주며 흔들리는 오프로드에서도 안정감을 선사한다. 가볍기 때문에 손으로 쉽게 떼어내 오픈카로 달리는 것도 가능하다. 프리덤 탑(3피스 하드탑)과 탈부착 도어, 접이식 윈드실드를 조합해 문자를 그대로 벗어던진 듯한 해방감을 준다. 자연과의 경계를 허무는 감각적인 설계는 단순한 차량을 넘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한다.

실내 역시 거친 환경 속에서도 안락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시승차에는 나파 가죽 시트와 열선 스티어링 휠, 8방향 전동 시트가 적용돼 장시간 탑승에도 피로가 적었고, 12.3인치 터치 디스플레이는 직관적 조작이 가능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활용도도 높았다. 여기에 알파인 프리미엄 오디오가 탑재돼 흙먼지를 뒤집어쓴 상태에서도 음악을 즐기며 달릴 수 있었다.
시승을 마치며 뉴 글래디에이터 루비콘은 단순히 ‘오프로드를 달릴 수 있는 픽업트럭’을 넘어서 일상의 경계를 허무는 모험의 동반자라는 점을 체감했다. ‘어디든 길이 된다’는 지프의 철학이 이 차를 통해 실현되고 있었다. 도심을 벗어나 자연과 맞닿은 진짜 자유를 찾고 싶다면 이 차는 훌륭한 해답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