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그룹이 울산에 건립하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DC)는 최태원 회장이 직접 주도한 그룹 AI 전략의 첫 결실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 열린 ‘SK AI 서밋(Summit)’에서 “대한민국이 AI 시대를 선도하려면 인프라 투자가 필수”라며 “SK는 반도체부터 에너지, 데이터센터 구축·운영, 서비스 개발까지 가능한 전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열린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도 “그룹 기술력과 계열사·외부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가장 효율적이고 우수한 AI 데이터센터를 만들고, 이를 글로벌 수준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울산 AI DC 설립은 ICT·반도체·에너지 등 AI 생태계 육성에 필요한 핵심역량을 두루 갖춘 SK그룹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울산 AI DC는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높은 수준의 기술요구를 충족하며 AI 데이터센터 처리에 특화된 냉각과 전력 시스템을 구축했다. 장기적으로는 청정 연료로 생성한 전력을 사용하는 친환경 데이터센터로 거듭날 예정이다. 이곳에는 그룹의 모든 역량이 결집 됐다.
먼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AI 반도체 기술이 적용된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25년간 축적한 데이터센터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구축 총괄 및 운영을 담당할 예정이다. SK가스, SK멀티유틸리티 등 다양한 계열사들도 인프라, 전력, 시스템 구축에 참여해 힘을 보탠다. SK는 각 멤버사들의 고유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AI DC 사업에서도 최적의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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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1위 클라우드 사업자인 AWS가 AI 허브 파트너로 SK그룹과 손잡은 것도 이러한 종합적인 AI 역량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SK그룹과 AWS는 이미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AI 분야에서 공고한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양사는 2027년부터 15년간 데이터센터 건설, 네트워크 운영, 반도체 공급망, 에너지 인프라 등 각 사의 강점을 결집해 세계 최고 수준의 AI·클라우드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
AI분야는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SK와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 관계는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미 최 회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사티아 나델라 MS CEO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특히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는 기술 패권 경쟁과 통상 리스크 속에서 국가 안보와 산업 주권을 강화하는 ‘전략 자산’으로도 주목받는다. AI 데이터센터는 통상 수십 년간 운영되며, 글로벌 기업의 장기 투자는 해당 국가의 정치·경제적 안정성과 성장 잠재력을 반영하는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한미 간 경제·안보 협력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SK는 울산을 시작으로 AI 데이터센터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AI 에이전트·로보틱스·제조 AI·에너지·바이오 등 계열사의 모든 사업 분야에 AI를 접목해 ‘4차 퀀텀점프’를 실현한다는 전략이다.
최 회장은 최근 경영전략회의에서 “AI에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지속 가능한 생존이 달려 있다”라며 “AI와 사업 모델이 밀접한 IT 영역뿐 아니라 전기·에너지,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AI를 활용해 외연을 확장하자”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