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사태가 불러온 ‘디지털 소유권 환상론’…타 업계로도 번져 [이슈크래커]

입력 2025-06-1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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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영등포구 예스24 본사의 모습. (연합뉴스)
▲12일 서울 영등포구 예스24 본사의 모습. (연합뉴스)

전자책 이용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대한민국의 온라인 전자책 시장은 2012년을 기점으로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도입 초기엔 “책 읽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며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지만, 종이책 대비 압도적으로 뛰어난 휴대성과 보관 시 집의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 점 등의 장점이 주목받으며 빠르게 안착에 성공했죠.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2015년 1258억 원 수준이었던 국내 전자책 시장 규모는 2020년엔 4600억 원, 2022년엔 5600억 원으로 성장했어요. 반면 종이책 발행 부수는 2019년 9979만 부에서 2023년엔 7021만 부로 감소 추세입니다.

그런데 종이책 시장을 잡아먹을 것 같았던 전자책 시장이 큰 악재를 맞았어요. 예스24 시스템 먹통 사태로 인해 전자책 이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은 것은 물론, 지금까지 구매했던 전자책이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공포감이 조성되며 ‘디지털 소유권 환상론’이 다시 주목받고 있어서죠.

예스24 사태, ‘디지털 소유권 환상론’ 부각시켜

디지털 소유권 환상론이란 이용자들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구매한 디지털 콘텐츠가 영원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는 그저 허상에 불과하며 언제든 갑작스럽게 구매한 콘텐츠가 통째로 사라질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전자책은 플랫폼 사이트나 앱에 접속해야 이용할 수 있는데, 예스24는 9일부터 이날까지 랜섬웨어 공격으로 시스템 제어가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며 이용자들이 이미 구매한 콘텐츠마저 볼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됐어요.

비록 예스24 사태가 닷새 만에 서서히 해결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죠. 이번처럼 디지털 콘텐츠를 구입한 플랫폼에 문제가 생기거나 파산하게 되면 그동안 구매했던 콘텐츠들을 더는 이용하지 못하는 ‘먹튀’를 당하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소비자들은 처음에는 불편을 호소하다가 시간이 흐른 뒤엔 전자책 서비스 자체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나섰죠. 실물 책을 구매하면 소유권이 온전히 소비자에게 주어지지만, 전자책 구매는 소유권이 아닌 열람 서비스를 사는 것이라 이번처럼 서버에 문제가 생겨도 구제받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게 크게 부각된 거예요.

이러한 소유권에 대한 불안감은 전자책 시장뿐만 아니라 게임, 영상미디어 콘텐츠 관련 업계로도 빠르게 번지고 있어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플랫폼 정책 약관, 판매 아닌 대여로 명시

게임업계는 전자 소프트웨어 유통망(ESD) ‘스팀’ 등의 영향으로 전자책 시장의 성장 이전부터 디지털 콘텐츠 판매가 활성화된 상태였죠. 스팀 등 ESD들은 기존의 대세였던 실물 CD와 달리 인터넷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게임 설치가 간편해 실물 CD를 통한 게임 판매 방식을 온라인 다운로드가 가능한 디지털 콘텐츠 구매 방식으로 급변시켰어요.

스팀이 워낙 큰 업체라 소비자들은 어느새 잊고 있었지만, 예스24 사태를 계기로 스팀도 도산위기를 겪거나 해킹을 당하게 되면 언제든지 스팀 계정에 있는 구매한 게임들을 플레이할 수 없게 된다는 우려가 수면 위로 올라왔죠.

이미 해외에서는 이전부터 이에 대한 우려가 있었습니다. 지난해 초 유비소프트가 ‘더 크루’라는 게임의 서비스를 종료하며 일방적으로 유저 계정에서 게임을 삭제해버리는 일이 발생해서죠. 유저들은 싱글 플레이라도 할 수 있도록 게임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약관에 의해 게이머들의 요구는 관철되지 못했어요.

실제 스팀을 비롯한 ESD들의 약관엔 게임 콘텐츠를 판매하는 것이 아닌 대여하는 것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스팀은 지난해 약관을 개정하며 ‘콘텐츠와 서비스는 판매되는 것이 아닌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것이다. 부여된 라이선스는 콘텐츠와 서비스에 대한 소유권을 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새롭게 명시했죠. 게이머들은 플랫폼들이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쉽게 빠져나가기 위한 구멍을 만든 것이라 비판하고 있어요.

주문형비디오(VOD) 플랫폼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VOD 내에서 유료 판매하는 영화나 TV 시리즈를 평생 소장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 역시 실질적으로 해당 VOD 플랫폼이 문을 닫게 되면 구매한 영화들을 볼 방법이 없기 때문이죠.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실물 인증하는 소비자들…플랫폼, 보안 투자 늘리는 모습 보여야

예스24 사태가 터지고 며칠 지나지 않아 일부 네티즌은 “언젠간 이럴 줄 알았다”면서 자신들이 지금까지 구매한 실물 게임 CD, 영화 DVD, 종이책 등의 인증샷을 온라인에 게시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비슷한 게시물의 댓글에 공간 낭비라던가 시대에 뒤처졌다는 내용이 다수 보였다면, 지금은 “똑똑한 소비자”, “전자책, 디지털 다운로드 콘텐츠 등은 실체가 없는 환상”이라는 식의 댓글들이 더 눈에 띄고 있죠. 보안 이슈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플랫폼들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미국 기업들은 이미 보안 투자에만 엄청난 돈을 쓰고 있습니다. 구글은 3월 사이버보안 스타트업을 320억 달러에 인수했고,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도 몇 년간 계속해서 사이버보안 관련 기업들을 인수해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고 있어요.

2023년에도 국내 전자책 시장은 인터넷 서점 알라딘 해킹 사고로 인해 위축된 바 있습니다. 이러한 보안 이슈가 계속되면 매출에도 타격이 올 수밖에 없죠.

결국, 전자책 플랫폼을 비롯한 국내 플랫폼 업체들이 분노한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고 싶지 않다면 보안 투자를 늘리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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